법에도 없는 ‘산업재해’, ‘노동재해’로 바꿔야
전문가만 아는 용어도 쉽게 써야
매일노동뉴스 정청천 기자 08-03-31
일과 관련한 사고의 정확한 표현은 ‘노동재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비롯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외한 다른 법에서는 산업재해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산업재해는 노동관계법에서 규정되지 않은 용어다. 기껏해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재해’가 사용되는 정도다.
산재보험법이 정한 업무상재해는 업무상사고(사고성 재해)와 업무상질병(직업병과 작업관련성 질병)으로 나뉜다.
산업재해라는 용어에는 재해발생의 원인을 산업화에 따르는 필연적 산물로 인식하는 논리가 숨어있다. 산업발전 초기에 조선소나 금속사업장과 같은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사고, 질병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산업재해라는 용어가 확산된 배경이다. 노동자를 근로자로 부르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담당하는 노동부의 주무 부서도 ‘산업안전국’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법규에 명시된 용어도 노동안전이 아니라 산업안전이다.
노동재해는 산업재해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하는 과정, 즉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뜻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비스산업이 확대되고 다양한 노동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재해보다는 노동재해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해’를 ‘장애’로 바꾸자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재해와 관련한 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풀어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산, 협착, 전도, 전복 등이 대표적이다.
먼지 등의 물질이 사방으로 날려 흩어진다는 의미의 비산은 ‘날림’으로, 기계 사이에 신체의 일부가 끼이거나 말려들어간다는 뜻의 협착은 ‘끼임’으로 써야 한다.
또한 과속이나 미끄러짐과 같이 사람이 평면으로 넘어졌을 때를 말하는 전도와, 기계나 설비가 뒤집히는 전복은 각각 ‘넘어짐’과 ‘뒤집힘’으로 바꿔쓰면 이해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