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팔루자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며..
– 정부는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반전을 선언하라 –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이라크가 이제 제 2의 베트남으로 변해가고 있다. 부시정권에 의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자 대량살상무기를 소지한 불량국가로 규정되어 연합군에 의해 점령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다시 전면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팔루자는 4명의 미국인을 살해한데 대한 보복으로 미 해병대에 의해 포위된 채 무차별 공격을 받아 이미 사망자만 수백 명을 넘어섰으며, 팔루자를 탈출한 주민들은 사막 한가운데 고립되어 물도, 식량도 공급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미군들의 무차별 학살에 분노한 이라크인 들은 거대한 제국의 힘 앞에 죽음으로 맞서고 있으며, 미국에 협조하는 파병국 들에 대한 납치와 테러라는 극단적 저항수단마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는 너무도 불행한 일이나, 이러한 불행의 근원은 이라크인 들에게 있지 않다.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주권국가를 점령한 이들이 누구인가. 점령군에 항의하는 비무장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여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이들은 또한 누구였던가. 미국인의 죽음에 분노하여 도시 전체를 몰살하고 있는 미국은, 그 미국인의 죽음이 결국은 점령한 이들에 대한 점령당한 자들의 힘없는 복수였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문제는 점령군이 떠나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한 미국의 오만과 무지에 동조하여 파병을 결정한 나라들은 그들이 이라크가 아닌 미국을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한다. 제발 파병하지 말아달라는 이라크인 들의 요구를 냉정히 외면한다. 파병하면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협박 따위는 테러범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정의의 이름으로 단호히 물리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행위가 한 주권국가에 대한 국가적 테러임은 깨닫지 못한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라크전쟁이 일어나자 우리 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제거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였고 결국 파병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를 침략하기 위한 미국의 날조였음이 드러난 현재에 이르러서도 정부는 지지선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파병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반전평화에 대한 국민 다수의 뜻에 반하여, 국익이 어떠하며 안전이 어떠하다는 식으로 본질을 희석하기 위한 여론몰이에만 급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도 그릇된 시각이다. 이는 바로 침략자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불행한 역사를 간직한 우리 민족이 어찌 침략전쟁을 옹호하며 침략자의 시각으로 국익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진정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침탈이 국익에 의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의 거짓 선전으로 인하여 그릇된 상황인식을 하였었음을 인정하고 이라크전쟁에 대한 지지선언을 철회하여야 한다. 또한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을 즉각 철수시키고 추가 파병 결정을 철회하여야 한다. 더불어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반전평화의 원칙에 따라 어떠한 침략전쟁에도 동조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돕기를 원한다면,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이라크 국민들의 손에 주권이 돌려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 때는 너무 늦는다는, 그래서 6월 이전에 파병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주장은 단언컨대 이라크를 위함도 대한민국을 위함도 아닌 오직 미국의 국익을 위함이 될 뿐이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물며 침략으로부터 잉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