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재해 판례, 사용자 지배, 관리와 작업연관성 중시
통근재해 공무원만 인정…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소송건수 늘어
매일노동뉴스 김봉석 기자 08-03-31
산업재해보상보험법(5조)에 따르면 업무상재해는 업무상사유에 의한 노동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해, 사망을 말한다. 업무상의 사유는 사용자의 지배, 관리하에 있는 노동자의 행위를 말하고, 사용자의 지배관리란 사업주의 지시성 여부와 사업장의 범위, 작업시간 범위 등 구체적인 항목을 따져 판단한다.
최근에는 통근재해를 업무상재해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업무 연관성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뇌심혈관계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처럼 재해 인정기준이 불명확한 질환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법원은 통근재해에 대해 통근하는 행위와 업무 간 밀접, 불가분성을 인정하지만, 사용자의 지배, 관리 하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대법원은 지난 99년 영업사원이 승용차를 이용해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망인 소유 승용차가 영업사원들에게 영업활동비 명목으로 유류비와 주차비를 지급하고 차량구입을 보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과정이 사업자의 지배, 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99두9025)고 판결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법은 시행규칙(14조)에서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하여 출, 퇴근하거나…(중략)…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95년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상당한 액의 기여금을 불입하게 되는데 비하여 산업재해의 경우는 그와 같은 근로자의 부담이 없는 점 등 그 성질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94누15523)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공무원의 재해에 대한 기여금은 사용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고, 산재보험 역시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는 만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공무원의 공무성과 일반 노동자의 업무성 개념이 단지 행위자가 누구인지 여부에 따라 다를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출, 퇴근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해 아예 산재보험의 보호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무상질병 소송건수를 보면, 뇌심혈관계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이 각각 43%와 9.6%(200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패소율은 각각 30.9%와 27.8%로 다른 질환(진폐증 20%, 사인미상 18.2%)보다 높다.
대법원은 뇌심혈관계질환과 관련, 과로와 질병 간 의학적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업무연관성을 중시한다. 대법원은 95년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94누7935)고 판단했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최근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면서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집단 산재신청이 제기되고, 공단이 이를 거부해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근골격계질환이 퇴행성인지, 아니면 작업연관성에 따른 것인지가 핵심이다. 법원의 판례 경향도 작업연관성 여부에 따라 다르다.
대법원은 2002년 “자동차 제조업체 생산직 근로자가 허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사고로 추간판팽윤증이 생겼지만, 외상과의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퇴행성 변화”(2000두8312)라고 판결했고, 같은해 부상고등법원은 “기계조립공장 외부도장 및 열처리 작업자가 천장 도색작업 중 요추간판탈출증이 발병한 것은 원고의 경우 입사 후 평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허리에 부담을 주는 일을 주로 했기 때문에 퇴행성 변화가 자연경과를 넘어서 악화된 것으로 추단된다”(2000누4422)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