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징수기관이 보험금 지급?
“자문의제도, 현장과 괴리” 비판 많아

매일노동뉴스 정청천 기자 08-03-31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산재보험료 징수에서 산재를 심사하고 보상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공단에 승인을 요청하고, 공단의 승인을 받으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산재보험기금 관리업무도 공단의 몫이다. 공단이 사실상 산재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재승인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을 관리하는 주체(공단)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단이 산재 인정에 경직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재보험 재정수지는 2000년대 들어 2003년과 200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흑자규모가 2006년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단 업무의 일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재심의 과정에서 공단에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는 자문의사협의회를 독립기구로 만들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자문의사는 말 그대로 산재보험법상 각종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의학적인 자문을 한다.

자문의가 제시하는 의학적 견해에 따라 개별 노동자의 산재 심의결과와 치료기간이 결정된다. 노동부 훈련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문의사들의 실제 활동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공단이 자문의사협의회 운영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는가 하면, 자문의사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개별 사례에 대해 각 자문의들이 작성하는 소견이 동일한 경우도 있다.

형식적인 서류심사와 함께 자문의사들이 실제 사고현장과 떨어져 있어 구체적인 의학적 소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노동계가 자문의사제도를 폐지하고 외부 의사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관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산재보험 운영 과정 전반에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공단 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공단의 운영구조에서 이해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곳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의위원회 정도다. 정부를 포함한 공익대표 5인과 노사대표 5인이 위원으로 참가한다.

위원회는 보험료율 결정과 보험기금 운영계획 등을 심의, 의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노동부장관의 요청에 의해서만 소집된다.

또 반드시 위원회를 거칠 필요도 없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