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은 진화한다
7~80년대 중독성 질환에서 90년대 이후 뇌심혈관계질환으로

매일노동뉴스 정청천 기자 08-03-31

직업병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주류를 이루는 직업병이 바뀌는가 하면, 새로운 산업의 등장으로 신종 직업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직업병도 1차에서 2차, 3차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직업병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54년.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노동자들에게서 진폐증이 처음 보고됐다. 이 시기의 직업병은 광업과 기초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50~60년대에 보고된 직업병으로는 소음성 난청과 담배필터 제조업체의 벤젠중독으로 인한 재생불량성 빈혈, 도금공장의 폐수종, 사염화탄소 중독, 면방직 여성노동자의 폐기능 손상, 제련소 아황가스중독 등이 있었다.

중화학공업이 집중 유겅된 70~80년대에는 화학물질로 인한 직업병이 확산됐다 72년 보고된 크롬취급자의 비중격 결손이 대표적이다. 74년에는 고무신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신경염에 걸렸고, 전기용접공의 진폐증도 나타났다.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문제는 81년에 불거졌다. 이 시기에는 진동공구 사용자의 레이노증후군, 방직공장 노동자의 면폐증, VDT 작업자의 견경완 증후군, 형광등 제조공장 노동자의 수은 중독 등이 빈발했다.

90년대 이후 직업병은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으로 확장됐다. 특히 직업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96년 이후 근골격계질환과 천식 등 다양한 직업성 질환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머리카락 10만분의 1크기의 나노입자가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 나노튜브는 반도체와 전자산업, 컴퓨터, 항공 등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영역이 확대되고 각종 연구가 진척되면서 직업병 또한 확대되고 각종 연구가 진척되면서 직업병 또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작업환경 개선으로 인해 기존의 직업병이 줄어들기도 한다. 전통적인 직업병인 진폐증, 소음성 난청, 납중독과 같은 중독성 질환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새로운 산업의 대두로 인한 신종 직업병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직업병 다발 업종이 광업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업병 요인을 분류하면 물리, 화학, 생물학, 사회심리, 인체공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요인은 소음, 화학적 요인은 분진이 대표적이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감염성 물질이, 사회심리적 요인으로는 직무스트레스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다. 인체공학적 요인은 작업자세와 작업공간이 직업병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사회심리적 요인과 인체공학적 요인으로 인한 직업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