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병원산업 근골격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절실하다
1. 병원산업 최초로 근골격계 직업병자가 집단 발병한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31명 전원이 산재승인을 받았다. 환자들의 빠른 쾌유와 회복을 바란다. 한편, 이번 사건은 병원의 노동환경이 일반적인 제조업과 같이 근골격계 직업병을 집단적으로 발병시킬 만큼 열악하다는 사실을 입증시켰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조업 노동자에 머물렀던 정부의 산재직업병 정책이 비제조업과 서비스업종 등으로 확대돼야 할 전환기에 서 있음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2.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을 끝까지 같이 하면서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근로복지공단의 관료적이고 무능력한 실상을 똑똑히 확인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당장 디스크 수술이 필요한 산재환자에게 업무관련성 평가 운운하며 근 20여 일간이나 치료를 방치했다. 행정서식에 불과한 요양신청서 상의 사업주 확인을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며 산재승인 여부가 사업주의 확인에 의해 결정되는 듯한 발언으로 산재환자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이 사업주 책임보험일 뿐 사회보험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확인된 산재보험의 역할과 책임을 애써 축소하였다. 이 같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에 대한 몰이해와 의도적 왜곡은 사업주가 산재직업병을 이유로 산재노동자를 탄압하게 만들었고 경북대 병원에서는 산재환자를 징계하겠다는 협박으로 현실화되었다.
3. 뿐만 아니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근골격계 예방제도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근골격계 발생 위험작업을 고작 11개 작업으로 한정시켜 버려 ‘직업병 예방’이 아니라 ‘직업병 방치’와 ‘상태 악화’를 조장하는 악법이 되었다. 따라서 현행 부담작업 고시를 전면 폐지하지 않고는 경북대 병원과 같은 병원사업장 노동자를 근골격계 직업병으로부터 단 한 명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4. 민주노총은 경북대 병원의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인정 과정을 통해 더욱 선명히 드러난 산재보험과 근로복지공단의 문제점 그리고 근골격계 예방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산재보험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산재보험 급여과정을 선보장 후평가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행 시스템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방식으로 수요자인 산재노동자가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 같은 제도적 문제는 사업주가 산재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은폐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아울러 무능력하고 관료적인 근로복지공단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한다. 사회보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자들이 관료로 군림하는 한 산재노동자의 권리는 묵살될 수밖에 없다. 공단 이사회 등 운영 전반에 노동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공단개혁은 보험제도개혁과 같은 고리에 있는 핵심적인 문제로 정부의 구체적인 개혁 일정 제시를 촉구한다.
5. 끝으로 노동부는 잘못된 근골격계 부담작업 고시가 수많은 노동자를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현행 고시를 가지고는 병원사업장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예방 활동을 전개할 사업주는 없다. 경북대 병원 사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얼마나 커다란 폐해를 가져오는지 확인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부담작업 고시 폐지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4. 5. 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