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죽거나, 과로사 하거나’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체신노동자들이 교통사고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체신노조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9명의 체신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중 공무상재해로 인정돼 순직 처리된 인원은 모두 10명. 7명이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 등 안전사고로 숨졌고, 나머지 3명은 급성심근경색·과로사·과로사·뇌출혈 등의 사유로 숨졌다.

◇연 평균 27명 사망=1996년부터 12년간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325명. 매년 평균 2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셈인데, 사망자의 약 80% 정도가 집배원이다.
12년 간 총 사망자 중 94명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순직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는 ‘일반사망’으로 처리됐다. 순직 처리될 경우 유족연금 등이 지급돼 유가족의 생계가 일부 보호되는 반면, 일반사망으로 처리 될 경우 보상 범위는 공무원단체보험에서 지급되는 보상금 1억원이 전부다.

◇숙련자도 안전사고 무방비=체신노동자는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42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전년 대비 88건(26%) 늘어난 것이다. 사고 비율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종사자수는 1.1%, 차량(이륜차 포함) 대수는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력 부족이 안전사고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충돌·미끄러짐·뒤집힘(전복)·넘어짐·떨어짐(낙상) 등으로 나타났다.
숙련도가 높은 장기근속자의 사고 경험률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6년 이상 근무자의 사고 경험률은 55.1%로, 5년 이하 근무자(44.9%)보다 높다. 숙년도와 상관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체신노동자의 평균 재해율(0.82%)은 산재 평균 재해율(0.72%)보다 높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원인=체신노조는 과도한 업무와 인력부족, 장시간 노동이 체신노동자들의 건강을 좀먹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업무와의 연관성이 큰 안전사고의 경우 공무상재해로 처리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돌연사의 경우 일반사망으로 처리되는 비율이 높아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조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고갈 문제가 야기되면서, 순직이나 재해 판정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졌다”며 “대부분의 사고가 공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공무상재해 인정 범위가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