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조선업 노동자, 석면 직업병 위험 높아
5.2%가 폐질환…30년 이상 노출하면 30%로 급증

매일노동뉴스 김미영기자

선박을 수리하거나 해체하는 수리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석면노출에 따른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이전까지 조선소에서는 선박의 배관·단열을 위해 석면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리조선업 노동자들은 방열·단열재로 사용했던 석면을 제거하거나 교체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일 동아대 의과대학 산업의학교실팀은 수리조선업 노동자 1천701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강검진 시 촬영한 흉부엑스선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석면노출 직업력이 있는 노동자 5.2%(519명 중 27명)가 흉막이 두터워지는 이상증상(흉망비후)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석면노출 기간이 길수록 흉막비후 진단비율도 높아졌는데 20~29년인 경우 16.5%, 30년 이상이면 30.8%에 달했다.

흉막비후 증상은 석면노출에 따른 폐질환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석면에 노출될 경우 흉막병변과 석면폐증 같은 폐질환과 기관지원성암, 악성중피중과 같은 암에 걸릴 수 있으며 소화기계암이나 유방암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석면은 30년가량 잠복기를 거쳐 각종 직업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94년에 처음으로 석면에 의한 폐암이 보고된 이후 2005년까지 40여명이 석면 직업병에 걸렸다. 이 가운데 38.9%(14명)가 사망했다. 석면 직업병은 2000년 2명에서 2004년 11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석면 직업병 피해자는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석면을 취급하는 브레이크라이닝 제조사업장과 석면방직사업장, 수리조선사업장 등 3곳을 비교한 결과 수리조선사업장 노동자가 가장 많이 석면폐(석면폐의증 포함)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국 연구결과에서도 석면취급 노동자 가운데 수리조선업 종사자의 폐암사망비가 일반인보다 2.7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현재 정부가 석면 제조와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수리조선업의 경우 오래전부터 석면을 사용해 왔다”며 “수리조선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수첩제도와 의학적 감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