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행복한 귀환을 꿈꾼다

이주노동을 마치고 네팔로 돌아간 친구들을 만났다. 길게는 10년 만에 보는 얼굴도 있고 짧게는 몇달 전에 악수를 나누며 헤어졌던 이들도 있다. 누구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누구는 트레킹 회사를, 누구는 자그마한 호텔을 꾸리고 있다. 누구는 한국어 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누구는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가 되어 있다. 누구는 한국 식당을 열어 맛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고 누구는 사립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다. 마치 ‘바르게살기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한국에 있을 때 공동체 활동을 통해 함께 마음을 나누고 의식을 키웠던 이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산재로 손가락 몇개를 잃은 이도 있고 뒤늦게 나타난 직업병 탓에 노상 눈물을 질금거리는 이도 있었다. 한국에서 경험한 노동생활이 모두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 경험이 이들에게 곧은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을 마치고 본국에 돌아가면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나름대로 가족과 재결합하고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귀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간 돈을 벌어간 이들은 그 돈으로 창업이나 투자를 하기도 하는데 그간 달라진 본국의 경제 흐름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벌어간 돈을 야금야금 생활비로 쓰며 뭔가 할 일을 찾지만 적당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어 만족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좋은 기술을 배웠다 하더라도 기술 격차가 심한 본국에서 그 기술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돈을 쥐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다시금 이어지는 궁핍한 생활은 이주노동자로 하여금 또 다시 떠나도록 부채질한다. 그래서 한번 이주노동을 경험했던 이들은 또 다시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고 가족은 다시 흩어지고, 본국은 자기 국민을 보듬어 안을 기회를 잃게 된다.

언젠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돌아가서 무슨 일 할 거냐고 물어 보는 게 제일 무서워요. 나는 아무 준비도 못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잖아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이 변했을 텐데….’ 그 친구는 30대 초반이었고, 6년째 이주노동자로 살고 있었다.

네팔에서 다시 조우한 우리들은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귀환한 뒤 제대로 정착하도록 도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그 과정을 모두 겪은 이들이기 때문에 모두 생생하고 절실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자신들이 본국에서 적당한 ‘할 일’을 찾는 데만도 1년 이상 걸렸다는 고충 토로와 함께, 재취업을 원한다면 어떤 기술이 유용한지, 창업을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돈을 날리지 않고 사기당하지 않고 제대로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사회와 흐름을 같이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꾸리려는 노력과 일자리 창출·나눔 운동이 절실한 본국 상황에 대한 이해도 꼭 필요하다는 따뜻한 조언도 들었다.

그리고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이주노동자’로 일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함께 노력해서 그 희망을 실현해 보자는 약속을 나눴다. 왜 그것까지 우리가 걱정해야 하느냐는 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주노동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저개발국가의 건강한 노동자를 받아들여 생산을 유지하고 이윤을 창출했다면 그것을 고루 나누려는 노력 또한 소홀해선 안된다. 우리 사회를 위해 노동력을 나눠준 고마운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귀환한 뒤, 제대로 정착하여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이란주/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