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으로 내모는 ‘작업장 감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작업장 내 노동자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 TV는 개인의 업무는 물론 사소한 행동까지 포착한다. 노동자는 작은 행동에도 일상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 ㄱ아무개씨는 “여성들이 생리를 할 경우 화장실에 자주 가기도 하는데 왜 자주가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수치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작업장의 감시·통제시스템은 노동자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가벼운 우울증부터 심하게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 심각한 것은 공황장애나 극도의 스트레스가 심장마비와 같은 돌연사 확률을 3~4배 이상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시시스템으로 인한 정신질환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04년 KT 상품판매팀 사건이다. KT는 같은해 9월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단행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500명을 상품판매전담팀으로 발령하고 수시로 미행·감시했다. 2005년 KT 전남·전북지사 상품판매팀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은 회사의 감시행위로 인해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결국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전자감시시스템 등으로 유발된 정신질환은 심장질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독일 본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공황장애나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혈액에는 피덩어리인 ‘혈전’이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숨지는 확률이 3~4배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발표한 ‘전자감시 시스템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 204명 중 절반 이상이 직장에서 카메라나 위치 추적장치, 인터넷 감시 프로그램 등에 의해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