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석면’ 공포
서울역앞 대우건설 빌딩 리모델링 현장
석면가루 널려 있고 현장 밀폐 안 해
허가도 뒤늦게 받아…노동청 감독 허술
황예랑 기자
서울 한복판 대형 건물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인체에 해로운 석면 제품이 뜯겨져 방치돼 있는 것이 환경단체 활동가 등에게 발견됐다. 지난달 20일 서울역 앞 대우건설 빌딩 9층에서였다.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살피던 박군만 서울메트로 노조 전 명예환경감독관과 김영란 서울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은 칸막이에 붙어 있던 밤라이트 보드와 거기서 나온 석면 가루(사진)가 바닥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석면은 인체에 흡입되면 10∼30년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박씨 등은 “당시 건물 창문이 열려 있어 석면 가루가 시내로 날라갔을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석면이 1% 이상 포함된 자재가 쓰인 건축물이나 설비를 해체·제거할 때는 노동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대우건설 석면 해체를 맡은 전문업체가 서울지방노동청 허가를 받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박씨 등은 대우건설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14일 “관내 석면 해체 작업 사상 최대 면적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대우건설 등의) 처벌 여부는 조사가 끝나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식 해체 작업이 아니라 입주업체들이 이사하면서 밤라이트인지 모르고 칸막이 일부를 부순 것이고, 부서진 칸막이는 10여 장뿐이며 지정폐기물로 분류해 보관하고 있다”며 “업체들한테 석면과 관련해 충분히 주의를 주지 못한 잘못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씨 등은 “그날 확인한 폐기물만 해도 꽤 많은 양이고, 15층에선 노동자들이 입마개도 쓰지 않은 채 밤라이트 보드를 만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석면 해체 허가 건수는 2004년 8건에서 지난해 1867건으로 급증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최근 재개발 지역과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 현장에서 석면 노출이 심각한데도, 노동부가 관리·감독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석면 처리 전문업체 등록제 등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