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직업병 인정기준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라
현재 노동부에서 추진 중인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이하 처리지침)은 노동자들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빼앗고 노동과정에서 발생한 질병을 치료할 최소한의 자기방어권 마저도 박탈하는 악법으로 즉각 폐기되어야한다.
‘처리지침’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제출된 요양신청서와는 별도로 업무관련성 평가를 5단계로 실시한 후 추가로 4가지 영역에 대한 재해조사를 실시할 것과, 입원치료를 제한하고 통원치료 및 근무 중 치료로 전환하며, 질병별로 치료방법, 범위, 기간을 정하여 요양기간을 단축하고 강제종료 시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곧 산재요양 승인에 소요되는 기간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승인 자체가 어려워지며, 요양 승인 된 경우라도 입원치료가 어렵고 치료기간 또한 제한되어 완치되지 못한 상태로 업무복귀가 강요될 것임을 의미한다.
노동부의 이러한 처리지침은, 노동자의 산재요양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장기화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경총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그간 경총에서는 각종 일간지를 통하여 근골격계 질환 산재요양이 길어지는 이유를 치료를 핑계로 놀고먹으려는 소위 ‘도덕적 해이’ 탓으로 매도해왔으며, 산재 문제를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켜 이에 대한 집단대응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란 나름대로 복지정책이 뿌리내린 서구유럽 국가에서 유래된 말이며, 그들 나라에서조차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논리이다. 하물며 복지의 개념조차 낮 설은 척박한 우리의 노동환경에 빗대어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노동자 수 18,886,000명 중에서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184,800명으로 1000명 중 10명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자 수는 2,513,000명으로 우리의 작업환경이 미국과 유사하다고 가정하더라도 25,000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는 4,532명에 불과하다. 이는 곧 예상되는 환자의 1/5 정도만이 겨우 산재로 인정되어 치료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가와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얼마 전 로템 노동자 38명의 집단요양 신청에서 밝혀졌듯이 노동부의 ‘처리지침(안)’은 이미 ‘안’이 아닌 ‘시행지침’으로 심사과정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노동부의 지침은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주기는커녕, 노동과정에서 망가진 몸을 치료받을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악법임을 분명히 하며, 이러한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고 보다 폭넓은 인정기준과 신속한 승인제도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근골격계 직업병의 주범인 노동강도를 저하하고, 실질적인 노동현장개선을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11월 17일
충청지역 노동건강협의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