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의 부인 현미향입니다.

11월 29일 월요일 아침 현자비정규직노조 임시사무실에 출근 중이던 저의 남편이 울산동부서 경찰 5명에 의해 연행되어 동부서에서 조사를 받고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후들거리고 온몸이 떨립니다.

추석전 비정규직법안 개악안에 항의하며 열린우리당 의장실에서 7일 동안 단식하고 내려와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보식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5공장 정리해고철회투쟁에다 불법파견투쟁에다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에 항상 가슴 한쪽이 아렸는데 이제 얼굴마저 제대로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왜, 저의 남편이 구속이 되어야 합니까?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몇 년간 불법으로 고용해온 현대자동차가 노동부에 의해 동부경찰서에 고발조치 되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지 조사 한번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법파견 진정의 대표였던 저의 남편은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간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며 비정규직노동자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았던 현대자동차는 손 한번 대지 않고 정부기관인 노동부에서조차 인정한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 불법파견에 대해 철폐를 요구한 저의 남편은 구속이 된 것입니다.

그것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불법파견 철폐하라고 스스로 나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입니다. 지난 주 수요일 11월 24일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현대자동차 원청에 불법파견 항의서를 전달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술에 취한 폭력경비들을 동원 해 아산, 전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문 출입을 가로 막았습니다. 그 안에는 저의 남편도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1일 해고 된 후 노동조합 임원으로 자유로운 조합활동은 고사하고 조합원을 만나러 가는 것도 현대자동차가 법원으로부터 받아 낸 출입금지가처분 결정으로 번번히 가로막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울산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본관 앞에 가지도 못하고 경비들에게 멱살이 잡히고 밟혀서 머리가 부어오르고 목이 욱신거리고 무릎이 까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약 200명에 가까운 울산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정문 앞으로 와서 정문과 경비를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도 아닌데 서로 따로 집회를 했습니다. 물론 집회도중에 술에 취한 경비들에게 비정규직노동자들 사정없이 맞았지만 저의 남편을 비롯하여 비정규직노동자들 스스로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했다는 마음에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가 잠시라도 눈물겨운 웃음을 지었던 그 순간이 현대자동차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나 봅니다.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아무런 권리도 없이 기계처럼 써왔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불법파견 철폐하라며 모였으니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왜 간담이 써늘하지 않겠습니까? 가뜩이나 중앙언론타고 전국적으로 불법파견사업장이라고 낙인찍히고 노동부에 의해 동부경찰서에 고발까지 되고, 거기다 천년만년 쉽게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감히 사업부별로 대오를 형성해서 뻘건 깃발 앞세우고 현대자동차의 상징인 본관 앞에 모여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불법파견 철폐하라고 외쳐대니 얼마나 가슴이 떨렸겠습니까? 이제 서서히 물꼬가 트윈 불법파견투쟁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면서 얼마나 살이 떨렸겠습니까?

더구나 울산, 아산, 전주 3주체 공동 투쟁이 끝나고 현대자동차 정규직 활동가와 현장조직까지 참여한 ‘불법파견 투쟁 관련 토론회’에서 앞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이 참여하는 현장투쟁조직을 만들어서 반드시 불법파견 승리하자는 마음까지 맞추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긴장했겠습니까?

그래서 불법파견 투쟁의 앞장섰던 저의 남편을 구속시킨 것입니까?
그래서 동부경찰서에, 검찰에, 법원에 저의 남편 잡아가라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어린애처럼 징징되며 돈과 권력으로 압력을 행사하였나요?
그래서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노무현 정부와 일사천리로 의견일치를 보셨나요?

오늘 일시적으로 정부를 등에 업고 돈과 권력을 양손에 움켜 쥔 현대자동차가 승리했습니다. 저의 남편을 구속시켰으니 소기의 목적을 훌륭히 달성한 것이지요?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다시 사업부별로 깃발을 앞세우고 본관 앞에 모였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350여명이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지난주엔 A조가 이번 주엔 B조가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본관 앞에 모였습니다. 비정규직노조가 스스로 조직해서 말입니다. 다음 주엔 더 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본관 앞으로 모일 것입니다. 이제 이 투쟁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노조를 탄압하고 저의 남편을 구속시켰어도 이제 이 투쟁의 흐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여러분!
저와 안기호 위원장의 부인인 현경씨는 어제부터 다시 정문 앞에 섰습니다.
안기호 위원장 수배해제하고 김상록 부위원장, 서쌍용 사무국장 당장 석방하라고!
불법파견 철폐하고 정규직화 쟁취하자고!

비록 몸과 마음은 힘들지라도 최선을 다해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남편의 연행에 항의 대자보와 성명서를 발표해주신 현대자동차 제 현장조직과 열사회, 민주노총, 민주노총 울산본부,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금속연맹 울산본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회당울산시위원회,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준), 씨줄날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