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석면 공포, 리모델링 공사장도 ‘위험’

봄철 황사와 함께 날리는 석면에 노출 위험 심각
[메디컬투데이 원나래 기자]

날씨가 풀리는 봄이면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골목에는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입춘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돼 많은 사람들이 이사 갈 준비에 바쁜 것.

이에 더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는 봄인 만큼 이사할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인체에 해로운 석면 제품이 방치되거나, 단열재로 쓰였던 석면을 뜯어내면서 발생하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봄바람 황사와 함께 석면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날려 석면 작업자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일반사람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석면피해 발생가능

최근 부산지역 석면제품 제조공장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 의해 석면 위험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봄 이사철 리모델링 붐인 요즘 자칫 석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석면은 열에 강하고 어떤 화학물질에도 견디는 튼튼한 성질로 건축자재나 방화재, 내화재 등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반면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인체에 매우 해롭다.

전문의들은 석면에서 발생하는 분진을 흡입하게 되면 폐에 무리가 갈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죽음에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전국석면피해자가족대책모임 안병주 회장은 “석면이 흡입되면 온 몸이 퉁퉁 붓고 계단 한 두 개 올라가는 것도 힘들며 심각할 경우 폐가 굳어져 폐를 들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의학전문대학원 산업의학과 강동묵 교수는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흡인되면 폐에 각종 질병이 유발되는데 석면을 다루는 작업자는 석면이 폐 아래쪽에 쌓이면서 점점 하얗고 딱딱하게 굳는 석면폐증, 페암 등의 심각한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폐를 감싸고 있는 중피막의 일부인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진 상태인 흉막반과 악성중피증, 흉막에 물이 생겨 폐 바깥쪽에 물이 생기는 흉막산출액 등의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 현장은 석면 노출이 심각해 일반인에게도 폐에 자극이 가고 심각하면 각종 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백혈구 중 병균을 잡아먹는 번식세포는 2마이크로미터라 석면길이 5마이크로미터를 잡아먹지 못하고 터져 다른 재식세포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석면이 호흡기로 들어가 폐조직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폐가 심각하게 손상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질환에 따라 잠복기간이 달라 10~30년 정도 지나야 알 수 있어 더욱 문제라는 것.

악성중피증의 경우 85~90%가 석면에 노출돼 생기는 것이나 그 전에 어디서 노출됐는지 인과관계가 입증되기 어렵다는 것도 또한 문제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하고 있다.

◇ 석면관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일부에서는 석면피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최근 재개발 지역과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 현장에서 석면 노출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관리·감독에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석면이 0.1% 이상 들어간 건축자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전면금지하고 산업용 마찰제와 가스켓은 내년 1월부터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석면 관리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낙후돼 있으며 허가대상만 관리하고 무허가대상의 단속은 미흡해 산업안전보건 관리영역에 벗어나는 경우도 많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석면업체 허가기준 또한 시설·설비기준 위주로 돼 있고 석면의 용도와 공장 주변환경 등에 대한 고려가 없으며 석면 건축자재를 사용한 건물철거 시 주변오염을 막기 위한 장치 미비와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에 대해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원나래 기자 (wing@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