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타이어 불매운동 선포
“ASA는 저임금, 한국타이어는 산재사망사고로”

매일노동뉴스 오재현 기자

금속노조(위원장 정갑득)가 본격적인 한국타이어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금속노조가 한국타이어 불매운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국타이어가 노동자 집단 사망사고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계열사인 (주)ASA가 해당지회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타이어가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자수는 총 25명이다.

금속노조는 6개월째 노사갈등을 겪고 ASA의 노사문제 해결도 촉구했다. 금속노조 ASA지회(지회장 길준영)는 지난해 10월13일 노조를 결성해 회사측에 임금·단체교섭을 요청했다. 회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지회는 지난해 11월 3차례 파업을 진행했고, 회사측은 곧바로 20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사는 올해 1월부터 교섭을 재개해 단체협약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회사측은 실급여 20% 삭감, 상여금 절반 삭감 등을 요구해 지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속노조는 “ASA의 노사문제는 한국타이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ASA의 주식지분 75%는 한국타이어가, 25%는 한국타이어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어 “한국타이어가 ASA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행사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달 말까지 소속 노조 전사업장에 한국타이어 불매운동 포스터를 부착하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또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국타이어 불매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한국타이어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경우 완성차 4사 노사협의를 통해 물량조정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금속노조는 밝혔다.

“ASA는 저임금, 한국타이어는 산재사망사고로”

충남 금산에서 17일 상경한 금속노조 ASA지회 조합원 등 2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불매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주)ASA의 생산직 직원의 임금체계는 5급과 6급으로 구분된다. 5급은 일급 2만6천800원, 6급은 2만4천800원이다. 휴일·야간특근을 하더라도, 월급은 5급의 경우 130만∼140만원, 6급은 110만∼120만원에 그친다.

길준영 지회장은 “ASA는 지난 3년 동안 임금동결을 요구했고, 노동자들은 1년내내 주야맞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면서도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길 지회장은 “지난 10월 이런 부당한 점을 고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는데, 회사측은 3개월 동안 교섭에 나서지 않다가 지난 1월에서야 대표이사가 교섭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ASA는 지난 3일 대전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 최근 법원이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조호영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원에 입사한 지 1년2개월만인 지난해 6월20일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는 “젊은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아내도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7월 노동부 관계자 주선으로 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회사에 호소문도 보냈지만 회사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타이어가 이만큼 성장한 건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회사측은 반년이 넘도록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