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단식

곡기를 끊으련다

농부 님들 어부 님들 노동자 님들이 주셨던

그 피땀을 끊어보련다.

대대로 땀흘려 일하면서도

돌아오는 건 굶주림과 굴종과 경멸에 찬 눈초리

아, 그 더러운 배신의 대물림.

사랑받는 걸 감사할 줄 모르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사랑받은 것 되갚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그 사랑 잠시 끊어보련다.

‘끝.장.단.식.!’

해방 후 이때껏, 지긋지긋하게도 몸서리쳐지게도

부려먹고 뺏어먹다가

이렇게는 못살아 더는 못살아

일어서는 민초들 때려잡던 법,

철저하게 너무도 철저하게

지근지근 우릴 밟아대게 한 불구대천의 원수,

네놈들 살찌우고 백년만년 권좌에 있겠다고

맘에 안들면 빨갱이로 몰아 잡아가두는 법,

아아, 저주스런 너, 국가보안법 끝장내러

이제는 끝장내러, 달려간다 끝.장.단.식.!

어둠이 깊은 건 새벽이 가까이 왔음이니

달려간다 여의도로

날 버리고 달려간다

날 찾으러 달려간다

– 0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