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검진’ 45%
외국인 근로자의 집단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 발병은 예고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체 절반 이상이 근로자 건강검진을 실시조차 하고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관련자료를 비치하지 않는 기업이 전체의 42~45%에 달했다.
14일 산업안전공단과 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고려대와 함께 2003년 한해 동안 경기도 안산, 시화 및 반월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제조업 사업장 195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건강검진을 실시했다고 답한 곳은 45.6%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특히 일반·특수건강검진을 실시했다고 답한 곳은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또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치하지 않은 사업장의 비율도 각각 42.6%와 44.9%였다.
연구를 수행한 고려대 의학과 최재욱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의 산업안전실태가 국내 일반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호가 미흡한 불법체류자가 많아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며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다발성신경장애’의 집단발병은 2년전 경기 화성 반월공단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안산시협의회 박태순 의장(47)은 “2002년 6월 반월공단 소재 LCD 부품업체 ㅅ사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노동자 양조국(35) 등 3명이 집단으로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려 2년여 동안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완치됐다는 병원 소견에 따라 치료를 끝냈으나 최근 재발, 양씨와 여씨는 지난 10일 안산 고대병원에 재입원했고, 임씨 역시 고통을 호소해 재검사를 받고 있다.
– 경태영·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