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더 이상 근골격계직업병 치료중에 자살하는 노동자는 없어야 합니다!!

2005년 새해가 시작된 지 불과 20여일만에, 근골격계직업병으로 치료중이던 한 노동자가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습니다. 1월 21일 스스로 죽음을 택한 고 표재옥조합원(55세)은, 금호타이어에서 견인차 운전원으로 27년 가량 일해왔으며 작년 10월부터 어깨치료를 받아오다가 최근 병원을 옮겨 목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중이었습니다. 그동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연이은 수술후에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으며, 치료가 종결된 이후 복귀에 대한 걱정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했던 고 ‘표재옥’조합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은 근로복지공단과 의료기관의 횡포속에서 수많은 근골격계직업병 노동자는 치료과정에서 치료내용·기간뿐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가 진행중인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다행히 치료와 재활과정을 잘 마친다 해도 돌아갈 현장의 작업환경이 그대로라면 근골격계직업병은 얼마든지 재발·악화될 소지가 있으므로, 치료 이후 복귀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됩니다. 고인의 경우 정년을 앞두었기에 앞날이 더욱 절망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직업병은 결코 ‘꾀병’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장시간 반복되는 작업과 노동강도의 강화속에서 노동자는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서서히 병들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다 직업병으로 고통받게 되는 노동자들에게 언제, 어떤 의료기관에서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치료의 과정에서 복귀후를 걱정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복귀가 보장되어야 하며, 안심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인원을 충원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금호타이어노동조합에선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자살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진상조사단은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진행해 노동조합 차원의 사후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길 촉구합니다. 또한 관련기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다 음 –

1. 근골격계직업병으로 치료받는 노동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마음놓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입원요양과 치료기간·범위등을 제한하는 근골격계처리지침을 당장 폐기하라!

2. 근로복지공단과 의료기관은 근골격계직업병등 산재노동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따르는 정신적 부담감에 대한 심리치료를 병행하라!

3. 근골격계직업병 노동자들이 치료가 끝난 후에 안심하고 일터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금호타이어 회사측은 복귀를 보장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라!

광주노동보건연대와 현장의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들이 절망속에 삶을 포기하고 자살하는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2005년 1월 28일

광주노동보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