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권리와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1.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 사업을 앞두고, 2005년 3월 25일 울산지검은 울산지역 근골격계 요양자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하였다. 언론에 따르면 근골격계 요양문제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라 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 언론들은 풍문으로 떠돌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며 요양중인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엉터리라는 추측기사를 통해 요양노동자 전체의 권리와 명예를 실추시키고,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나아가 노동부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장기요양자의 휴업급여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는 등 산재보험법을 개악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2. 이번에 구속된 요양 노동자들이 불미스러운 행위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위법 여부 자체를 몰랐거나 개인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치료 기간 중에도 부업 방식의 일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언론 스스로 이야기 하듯이 마녀사냥식의 ■기획수사■ 꺼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에게 건강은 삶 그자체이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치료받을 권리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꿔서는 안 되며, 침해받아서도 안 된다. 노동자 건강권의 현실은 참으로 엄혹하기 때문이다.
3. 자본의 이윤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활동을 막기 위해 자본은 이미 2004년 5월 17일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 총회에서 선언한 소위 3대 결의안을 통해 공격을 본격화한 바 있다. 금번 사건에 대한 울산검찰과 일부언론의 관점과 태도, 그리고 해결방식은 경총과 그대로 닮아 있다. 때문에 검찰과 언론은 이번 기획수사의 해당 노동자 뿐 아니라 해당 노조와 지역 노동자 전체, 노동안전보건운동 진영을 넘어 전체 노동자와 노동자운동 전체까지 표적을 확대하려 한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4. 최근 국회에서는 산재보험 심사를 의료보험, 자동차보험과 일원화시키려는 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요양중인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심사일원화를 명분삼아 강제 요양종결을 법제도화시키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는 ■엄격한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강제요양기간 설정■, ■휴업급여 하향화■ 등의 시도를 통해 현장투쟁과 실천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의 근본원인인 노동강도를 저하하려는 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최근 자본과 정부의 일련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5.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커녕, 치료받을 권리조차 박탈코자 하는 경총의 517선언이 구체화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총자본은 이를 통해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안전보건운동 주체들이 치료중심, 개인중심, 단사중심, 결과중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도덕성 흠집 내기를 통해 전체 노동자운동의 계급성을 탈각시키고 힘의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6. 끝으로 이번 사건이 개인요양자의 실수 그 자체로 마무리되지 않고, 노동자 전체의 건강권을 침해하거나 왜곡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대한 노동자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우리역시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다양한 획책에 맞서 나갈 것임을 밝혀둔다.
2005. 3. 31.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노동사목 노동자의 집,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충청지역노동건강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건강한 노동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