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죽어간 노동자를 기억하라”
하루 6천명 산업재해로 목숨 잃는다…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행사 줄이어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세계 곳곳에서 산재노동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한 일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양대노총 주도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는 각종 시위도 이어졌다.
지난 96년 태국 장남감공장 화재로 희생된 188명의 노동자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110여개국에서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캐나다와 브라질처럼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정오를 기해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고, 노동자들은 잠시 일손을 멈췄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억7천여만건에 달한다. 매년 하루 6천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1억6천만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지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규모가 지난해 16조원을 넘어섰다.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날 “정부가 산재를 줄이기 위해 앞장 서기는커녕 ‘기업 프렌들리’를 앞세워 안전보건규제 완화를 꾀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서울 보라매공원 산재희생자위령탑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산재노동자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제에서는 노동현장에서 희생된 산재노동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행사와 헌화·분향, 추모사 낭독 등이 진행됐다. 한국노총은 또 산재환자에 대한 재활격려상을 시상하고 노동건강권 쟁취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산재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으로 노동자들이 과로사에 내몰고 있다”며 “건강한 노동과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수노조는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산재로 숨진 화물노동자는 1만명당 8명꼴로 건설노동자의 4배에 달하고 있는데도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으로 구성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도 삼성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