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원도 노동자”…대법원 확정판결 파장은?
채권추심노동자 전국 30만여명 추산…유사소송 잇따를 듯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5-19
대법원이 “채권추심기관과 계약을 맺고 고용된 채권추심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최종 판결을 내림에 따라 3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위임계약 형태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채권추심업은 한마디로 ‘카드회사나 백화점 등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상거래시 떼인 돈을 대신 받아 주는 일’을 말한다. 현행 채권추심업법은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약정기일내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의 촉구 또는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로부터 변제금을 수령하는 등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채권추심업은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지난 97년 채권추심회사 설립이 허용됐고, 99년 설립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신용정보회사를 중심으로 채권추심원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2006년 발표한 ‘신용정보회사 현황과 발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정보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001년 1만1천여명에서 2005년 2만2천여명으로 두 배 증가했으며, 이들 가운데 80%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채권추심인력의 70% 이상이 위임계약을 통해 고용돼 있어 인력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위임계약인력을 정규직 또는 일반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드회사 등 개별 금융기관까지 포함하면 채권추심원은 약 3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무금융연맹은 신용정보회사뿐 아니라 카드회사 등 개별 금융기관마다 채권추심원을 따로 고용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맹은 “이들 대부분이 위임계약 형태로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대단히 높아, 강제추심이나 위범추심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고용형태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에도 정아무개씨가 농업협동조합자산관리(주)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소송에서 채권추심원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추심할 채권을 배당받고 각종 지시를 받은 점, 타 업종 겸업이 금지돼 있는 점, 원고가 사업소득자로 등록은 했지만 실제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없는 점, 회수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사건은 소액재판 사건이어서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는 해당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