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산재로 죽었는데 노동부는 뭐했나”
두산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노동단체·노동부 항의
윤성효 (cjnews) 기자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났는데 노동부는 뭐하고 있나. 아직도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하면 어떻게 하나?”
19일 오전 11시 20분경 경남 창원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 지난 16일 오후 지게차 사고로 죽은 두산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변아무개(35)씨의 유족을 비롯해 지역 노동·보건단체 대표들이 노동지청장을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노동지청 3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곧바로 심재동 지청장을 만났다. 먼저 심재동 지청장이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며 회의실에 들어서자 한 노동자는 “지금 안녕하게 생겼냐. 그 말부터 사과하라”며 쏘아붙였다.
이어 노동부의 처사를 비난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계속해서 산업재해사고가 발생하는데 재발방지책까지 제시하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16일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받은 ‘설움’부터 끄집어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사고현장을 찾았다가 두산중공업 사측의 설명이 없자 본관 임원실을 찾기도 했다. 18일 저녁 유족과 두산중공업 협력업체 대표 간에 장례 절차에 대한 협의가 있었지만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이모부는 “사고현장에 갔지만 어느 누구도 나와서 설명해 주지 않았다. 노동부는 토·일요일에 손을 놓고 있었다. 사후 대책이 너무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사건이 왜곡될 수도 있다. 지게차에 의한 사고 장면 목격자가 있니 없니 하는 상황이다. 사고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현장에 갔을 때 바로 옆에서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조카는 고인이 되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조치를 하고 난 뒤에 작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김춘택 전국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사무국장은 “두산중공업에서는 2004년과 2005년에도 지게차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뒤 두산중공업은 ‘신호수 배치’ 등의 대책을 세웠지만 이번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후에 대책만 세우면 뭐하나. 노동부 캐비닛에서 썩고만 있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훈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부장은 “노동부는 아직도 조사중이라고 하는데, 말이 되나”며 심재동 지청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해고자 전대동씨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권을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완벽한 대책을 세운 뒤에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 노동부는 그동안 무슨 조치를 취했나. 지금부터라도 먼저 조치부터 취하라”고 제시.
김창근 배달호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부인지 회사를 위한 노동부인지 각성해야 한다. 노동자가 죽었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만약에 회사 사장이 죽었으면 난리를 쳤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시만 강조하는데, 유일하게 약자 편에 설 수 있는 게 노동부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심재동 지청장은 “사건 정황을 구두로만 보고 받았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한테 사과하라고 이야기하겠다”면서 “노동부 조사는 경찰과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 지청장은 “노동지청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해서 결과를 말씀 드리겠다”면서 “지게차의 안전운행 여부가 사업주의 의무사항인지를 검토하겠다. 토·일요일 등 지속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심 지청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두산중은 사고에 대한 명백한 책임 져라”
유족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마창거제산추련, 두산중공업 해고자, 배달호열사기념사업회 등의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중공업은 사고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지고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노동단체들은 ‘경남지역 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노동부는 사고 발생 후 한참 뒤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목격자 확보 실패와 정확한 사인 규명을 하지 않은 채 월요일 사고 조사를 다시 하겠다며 돌아가는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
또 이들은 “노동부의 이런 태도에 자신을 얻은 두산중공업 사측은 자체 사고 조사를 진행하였음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유족에게는 사고 조사 내용을 현재까지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원하청 업체와 무차별적인 외주 도급화로 인해 사내하청업체의 증가 등 이런 모든 문제들이 결국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두산중공업에 분명한 책임을 물어 사업주를 구속 수사할 것”과 “두산중공업 내에서 운행 중인 지게차에 대해 즉각적인 작업을 중지하고 재발방지대책 계획을 수립 후 운행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또 대책위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특별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할 것”과 “사망 사고에 대해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담당자를 징계할 것”, “노동부 창원지청 내에 있는 전 사업장에 대한 지게차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고인의 유가족들은 내내 울었다. 고인의 장모는 “아침에 깨어나면 출근하는데 오늘은 출근하지 않았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2008.05.19 14:21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