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반도체 노동자 실태조사 ‘쉬쉬’
삼성백혈병대책위 “사업주 이익은 보호, 노동자 건강권은 외면” 반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삼성전자반도체 집단 백혈병 의혹으로 지난 2월 노동부가 13개 반도체 제조업체 노동자 건강실태를 실시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21일 “노동부가 실시한 ‘반도체 제조업체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조사참여도 막더니, 조사결과에 대한 알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반도체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결과에 법인이나 단체 등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기술 또는 영업상의 정보가 포함돼 있어, 당사자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정보공개청구 거부배경을 밝히고 있다. 대책위는 “노동부가 사업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며 “분석도 마치지 않은 조사결과를 공개할 경우 역학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노동자 개인의 건강정보도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책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주 이익 보호’를 이유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앞서 지난 2월 전국 반도체업체 13곳을 대상으로 노동자 건강실태를 조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삼성전자반도체 집단 백혈병 의혹에 대한 1차 역학조사가 지난해 결론 없이 종결된 데 따른 후속대책이다. 노동부는 전체 반도체업체로 조사대상을 확대해 2차 역학조사를 오는 11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반도체 제조업체 노동자 건강실태조사 착수단계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가족 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