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문제, 사회화해야
OECD 회원국 중 최장 시간 노동하는 한국사회, 처방전은 없는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센터 소장

최근 한 기업체 노동자들의 집단 사망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줬다. 한 해에 7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는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심장질환의 위험요인은 과 같다. 이들 중 심장질환의 직업적 위험요인은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량 등 이른바 ‘과로’라는 작업특성적 요인이 가장 큰 문제다.

심장질환 위험요인
직업적 위험요인
비직업적
위험요인
작업환경적 요인
작업특성적 요인
이황화탄소
질산염
메틸렌클로라이드
일산화탄소
미세분진
고열
업무/조직 고유 특성에 의한
직무스트레스(예 : 과중한 업무량,
고용불안정 등)
장기간 교대제근무
장시간 노동
좌식작업으로 인한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
비만
연령(남 55세 이상)
흡연, 고지혈증
가족력

집단돌연사, 남의 일 아니다

앞서 예시한 기업체는 대표적인 교대근무 사업장이고, 역학조사 결과 6개월 181일 중 4일만 휴무를 갖거나 7일만 휴무한 사례도 있었다. 소위 ‘곱빼기 근무’ 형태도 있다. 야간 교대조를 끝내고 그대로 다시 오전조 근무를 하거나 오전 교대조 근무를 들어오기 전에 전날 야간조 근무를 하는 것이다. 피로회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형태다. 12시간 또는 16시간 연속근무를 하는 경우로 야간근무를 앞 또는 뒤로 연속근무를 한다는 점에서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망사건은 한 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문제다. 한 기업체에 국한된 교대노동ㆍ장시간노동ㆍ스트레스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이며, 전체 사업장에서 교대근무 사업장이 높은 비율을 점한다.

대략 35~40%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교대제를 실시하고, 전체노동자 중 15%가 교대제근무를 한다. 비슷한 시기 유럽 11개국 평균 교대근무자 비율(8.1%)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주요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과 비교해도 한국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그리고 증가되는 노동생산성 탓에 과로를 할 수밖에 없다. 과로 때문에 나타나는 건강 이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IMF 이후 일벌레로 변한 노동자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경험한 이후 노동조합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단기실리추구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40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했음에도 실노동시간은 증대하는 상황이다. 자발적 잔업ㆍ특근 요구와 노동시간단축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조합원들의 경향을 무시하지 못해 전반적인 노조 활동방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 임금추구 경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근 몇 년 간 근골격계 투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건강권 문제, 나아가 노동의 질화 삶의 질 문제를 강화해 나감으로써 전반적 인식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동안 과로를 없애려는 노동조합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은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부분적 처방이나 임금인상 요구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로추방’은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운동의 가치전환을 통해 운동 방향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다.

과로사회 추방은 노동자가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의 질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노동운동이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인 것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쉽게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의제다.

과로사회 추방은 몇몇 진보적 학자가 연구를 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과제는 단순한 부분 과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운동의 전략적인 기획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과학적인 대안과 더불어 조합원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