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보험 급여 지급 현황
산재위험에 내팽개쳐진 이주노동자
안전수칙·한국어교육 못받아
면장갑만 끼고 유독물질 세척
화학물질 물인줄 알고 먹기도
최원형 기자
#1. 2005년 파키스탄 노동자가 공장 바닥에 있던 페트병의 음료를 마셨다. 그러나 병 속 음료는 공장에서 쓰는 유해 화학물질이었고 그는 목숨을 잃었다. 병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2. 2007년 몽골에서 온 노동자 바타르는 자동차 부품을 세척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부품 세척을 위해 통 속 물질에 손을 담가야 했다. 회사가 준 면장갑은 2~3일이면 해졌고 바타르의 손도 껍질이 벗겨졌다. 눈이 충혈되고 식욕 감퇴와 두통에 시달렸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의 석원정 소장이 최근 환경과공해연구회의 월례 연구모임에서 소개한 사례들이다. 그는 “사업장 안전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유해물질 같은 갖가지 산업재해 위협에 더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영세업체, 3디(D) 업체, 공해유발 업체 등에 취업하는데, 기초적 안전 교육이나 한국어 교육도 없이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이들이 많아 재해 발생이 잦다”고 말했다.
26일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산업재해 보험 적용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2004년 4천명을 넘어 지난해 5876명으로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자들이 산재 발생을 감추려 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실제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경기 안산시에서 타이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8명이 노말헥산에 중독돼 다발성 신경장애로 하반신이 마비됐는데도, 업체가 이를 은폐한 채 대처를 소홀히 했던 사건은 대표적 보기다.
따라서 사업장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근본적 대책과 함께, 한국말과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조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과공해연구회가 라는 책을 만들어, 다음달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에 보내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타이·베트남 등 10개국 언어로 번역 중인 책은, 대표적인 산업 현장 유해 물질 15가지와 발병할 수 있는 직업병을 설명한 본책과, 유해 물질 256가지를 사전처럼 정리한 별책으로 구성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