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스트레스’ 공무원 돌연사
직무교육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노조 ‘구조조정이 부른 비극’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08-06-02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대기발령을 받은 뒤 직무역량 강화교육을 받던 방송통신위원회 6금 전산주무관 오아무개(40)씨가 갑자기 숨져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일 행정부노조(위원장 정범희) 등에 따르면 숨진 오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옛 정보통신부 직원 숙소인 우정사업본부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씨의 죽음은 정부조직 개편 이후 진행된 공무원 재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건이다. 소식을 접한 동료 공무원들은 “결국 터질 일이 터진 것”이라며 “무분별한 구조조정이 참담한 비극을 낳았다”며 비통해 했다.
옛 정통부 통신위원회 대전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오씨는 지난 3월 정통부가 방통위로 통합되면서 대기발령된 상태였다. 보직 발령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상경한 오씨는 이른바 ‘퇴출후보군 교육’으로 불리는 직무교육을 받아왔다.
고인의 동료들에 따르면 오씨는 사망하기 전날까지도 직무교육과 보직배치 여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1개월 단위로 총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직무교육의 1차 과정을 마치는 평가시험을 치른 상태였다. 오씨와 함께 직무교육을 받은 방통위 공무원은 총 15명으로, 이 중 1차 교육 성적에 따라 5명이 구제받게 될 상황이었다. 오씨는 이날 밤 동료들 곁에서 밤 늦게까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가 숨지기 전날 함께 대화를 나눴다는 정아무개씨는 “능력있고,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이 컸던 친구”라며 “퇴출후보군으로 떠밀리며 자괴감을 토로해 왔다”고 전했다. 오씨와 함께 직무교육을 받았다는 정씨는 “숨진 동료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일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정통부 근무 시절 장관 표창 등을 휩쓸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특별한 지병을 앓았던 경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무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오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