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 공동성명] 근로복지공단의 하이텍 비호를 규탄한다!


근로복지공단이 하이텍을 비호하는 행태!
검찰이 삼성을 비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근로복지공단은 감시와 차별로 인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 조합원 13명에 대한 산재 불승인을 철회하고 작업장 감시로 인한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하라!

최근 한국사회에 정-권-언 유착이라는 고전적 부정부패가 x-file이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불법 도감청이 추악한 한국 정치현실을 폭로한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은 썩은 냄새 풀풀 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불법 도감청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도 불법적인 도감청·감시사회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성도 없습니다. 우리는 피해자인척하는 이들이 사실은 가장 악랄하게 감시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많은 역사와 사례들에서 알 수 있고 현재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이하 하이텍 노조)의 투쟁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하이텍 노조는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노숙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이텍 노조원들은 노동쟁의 과정이후 사측에게, 조합원에 대한 차별대우 ‘왕따’를 비롯해서 작업공간에서 CCTV로 집중 감시, 통제를 당했습니다.
특히 조합원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CCTV와 관리자들의 폭력은 조합원들에게 심한 우울증, 강박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가져왔습니다. 이에 조합원들은 여러 의사들의 진료와 소견을 바탕으로 작업장 감시에 의한 정실진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요양신청을 한 하이텍 노동자들에게 전원 불승인 통보했습니다. 이 때문에 하이텍 노조와 여러 단체에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산재인정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청구성심병원 노동자들은 감시와 통제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고 정신요양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KT 상품판매 노동자들은 부당한 감시문제가 인권침해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행정기관의 입장이 그때, 그때 다른 것은 ‘감시와 통제’문제에 대한 원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 사회자체에 원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기기관에 의한 도청과 개인과 개인간의 감시에 대해서는 심각한 인권침해, 불법이라고 떠벌리면서도 ‘자본’, ‘사용자’라는 거대한 권력이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번 하이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첫째, 감시에 대한 공포는 가진 자들,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 노동자 민중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특히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상하 권력관계에 놓인 상황에서 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특정대상만을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감시하는 행위는 인간의 정신을 살해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하이텍과 모든 작업장과 사회에 존재하는 감시기구는 제거되어야 합니다.

둘째, 하이텍노조의 사건은 명백하게 감시와 통제 차별대우로 인한 정신질환입니다. 결국 회사의 노무관리가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병들게 한 산업재해입니다. 그러므로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보호해야할 근로복지공단은 하이텍노동자들의 집단요양을 승인해야 합니다.

셋째,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부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최근 행태는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율을 줄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산업재해 인정 절차를 까다롭게 해서 산업재해율을 줄이려는 얄팍한 수작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부가 진정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말하고자 한다면 작업환경 곳곳에 존재하는 산업재해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정신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CCTV와 같은 감시도구의 제거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감시와 통제도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편타당한 인간의 권리와 감시당하면서 작업하지 않을 권리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번 하이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노동권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아주 분명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의 내용은 한국사회가 정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로 가기 위한 타협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하이텍에서 작업장-노동자 감시를 인정한다면 똑같은 행태가 우후죽순처럼 퍼져갈 것입니다. 그것이 퍼져나간 만큼 노동자들의 정신은 병들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권의 불법적인 도감청 속에서도 정-권-언 유착이라는 부정부패 비리사슬은 끊어지지 않고 그 생명을 유지해왔는지는 몰라도 감시와 통제 속에서 지내는 노동자들의 생명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수단의 압박과 행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사태해결을 더 이상 미룬다면 노동건강권, 노동인권,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많은 민중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감시와 차별로 인한 하이텍 노동조합 조합원 13명에 대한 산재 불승인을 철회하고 작업장 감시로 인한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2005년 8월 17일


가톨릭 노동사목 익산/군산 노동자의 집, 다산인권센터,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 인간을, 지문날인 반대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이상 10단체 공동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