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긁혀도 산재, 파스는 건보 제외… 황당하네
전경련 30건 사례 선정, 기업 발목 잡는 ‘불량 규제’ 이런 게 있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긁히기만 해도 산재’,‘미용실 사장은 미용사만 해야’,‘먹는 약은 건보 대상, 붙이는 파스는 제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비현실적이거나 규정 자체가 애매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7개 유형 30건의 불량규제 사례를 선정해 발표했다.

준수 가능성이 희박한 ‘비현실적인 규제’로는 ▦근로자 고용시 고용기간에 상관없이 8시간 안전교육을 시키도록 해 결국 하루 이틀 단위의 단기 일용직 고용시 편법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한 것 ▦경미한 부상에도 통상 2주 진단이 나오는 현실을 무시하고 4일 이상의 치료가 요구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계부처에 재해사실을 보고토록 의무화한 규정 등이 꼽혔다. 또 여성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전신 피부관리를 반드시 오픈된 공간에서 하도록 한 것도 비현실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규제 준수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낮은 ‘저품질 규제’로는 ▦신선식품인 야채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씩 자가식품 검사를 하도록 한 식약청 고시와 ▦환경기준을 잘 지킨 우수업체가 오히려 더 적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을 책정 받아 손해를 보는 경우 등이 지적됐다.

또 ▦먹는 약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만 파스는 보험급여를 제한해 치료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나, ▦화장품 포장시 빈공간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해 화장솜 등 불필요한 비매품으로 공간을 채우다 보니 쓰레기가 늘어나게 한 것, ▦미용 면허증을 가진 사람만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도 불량규제로 선정됐다.

‘내용이 모호한 규제’로는 작업현장에서 음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업무 중 산업재해로 처리되는 사례와, 신용카드 결제 범위가 불분명해 매번 금감원 등에 결제 가능 여부를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하는 현실, 의료인이 아닌 경우 체지방 측정조차 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등이 지적됐다.

‘투자 저해적인 규제’로는 골프장은 체육시설로 간주돼 회원 모집을 허용하면서도 놀이공원 등 관광시설은 회원모집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 등이 꼽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새 정부가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