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백화점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정민정 서비스연맹 여성부장
솔직히 말해 필자도 대형마트 계산원이 서서 일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서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백화점에는 자주 가지 않았지만 가끔씩 본 백화점 노동자의 서 있는 모습도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서비스노동자의 권리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연맹’ 간부인 필자가 그러할진데 보통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백화점·대형마트 노동자들 역시 서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종아리에는 혈관이 툭 튀어나오고, 저녁에 퇴근하면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고, 다리가 저려 자다 깨는 일이 반복돼도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리 아픈 것조차 당연한 일로 여기고 참아온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반가운 구호,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이런 가운데 지난 2006년 말 상황이 달라졌다. 서비스연맹이 민주노총과 함께 산업안전 분야에서 취약한 서비스유통부문 노동자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인 김신범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교육실장이 해외사례를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전개됐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비스업종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 서비스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갈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노동자 수에 비례한 화장실 개수를 법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노력도 끈질기게 진행됐다. 계산원의 손목과 허리 등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계산대가 달라지고 작업공간이 바뀌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이라는 피켓을 들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았을 때 그곳에서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너무나도 반가워했다. 자신들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러나 절실하게 원했던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동참했다.
그러나 사업주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때때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의자를 달라고 하면, 경영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들이 싫어하니 의자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늘어놓으며 서비스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
국민들과 함께하는 의자캠페인 펼칠 것
그래서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은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할 것에 동의하는 많은 고객들과 함께 이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18일 서비스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조사결과가 마무리된다. 의자놓기 캠페인을 벌여온 단체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30일 11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대국민캠페인단을 발족할 계획이다.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이제 우리 고객들이 함께 지켜주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서비스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진다면 그 덕은 바로 당신, 고객들이 누리게 될 것이다. 고객들은 서비스노동자에게서 더욱 환한 미소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노동자에게 ‘의자’는 앉는 도구를 넘어 그들의 노동에 대한 ‘존중’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