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인한 만두소 사태 등의 재발 우려
(서울=뉴스와이어) 2005년11월13일– 소비자관련 소송제도 도입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최근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와 말라카이트그린 생선 문제로 관련 산업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정부나 일부 의원들이 소비자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법률안의 제ㆍ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경제계가 관련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중기협, 전경련, 무역협회, 경총 등 경제5단체는 최근 국회 재경위, 보건복지위,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60명에게 단체소송 및 집단소송제 도입법안에 대한 공동건의서를 전달하고 국회입법과정에서 새 제도의 실익을 신중히 따져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우발적 사태나 검증하기 힘든 유해성 시비에 기업들이 휘말려 공신력있는 회사들도 한순간에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현재 한 시민단체 주도 하에 2003년초 발생한 인터넷대란에 대해 8천만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인터넷통신망업체 6개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데, 만약 이 사건에 집단소송제가 적용될 경우 소송참가자는 현재의 1,586명에서 국민 4명당 1명꼴인 1,057만여명, 소송가액은 현재의 8천만원에서 5천여억원으로 급증했을 것이며 이는 인터넷통신망업계의 대량부실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경제계의 분석이다.
또 얼마전 법원은 2004년 3월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마비사태로 고립됐던 피해자 56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30-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 사건도 집단소송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도로공사는 당시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에게 총 8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돼 도로건설투자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특히 유해성이 미검증된 사안에 대해서도 [집단소송 제기 → 유해성 시비 공론화 → 반품 및 생산중단 → 관련업종 도산] 등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업종은 물론 우량기업들도 하루아침에 파산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주방용 랩, 유전자 변형식품 등의 신제품이나 각종 가공식품,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 급발진차량, 새집증후군이나 조망권 침해문제 등 거의 전 산업이 집단소송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식파라치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경영은 한층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다우코닝社의 경우 실리콘 젤 사용의 안전성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당했고, 사후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유해성 논란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파산상태에 직면한 바 있다.
경제계는 또한 변호사들에게는 거액의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 황금어장이 생기는 셈이 되어 악의적 소송이 남발되면서 선량한 기업과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집단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 전문변호사(Shark Lawyer)에 의해 소송이 주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9년 이후 변호사가 대폭 늘어나고 있어[3,991명(‘98) → 7,678명(’05)] 집단소송 전문변호사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송에 휘말리는 기업들은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매출급감, 신용하락 등의 피해를 입게 되고 진실이 밝혀져도 손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1989년 우지라면 파동으로 시장점유율이 60%이던 A社는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파산위기에 직면해야 했고, 지난해 6월 ‘불량만두 사건’에서도 관련업체의 줄도산은 물론 회사대표가 무죄를 항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마저 발생했는데 이런 불행한 일의 재발방지장치를 마련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더욱 조장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최근 대한상의가 발간한 『미국의 집단소송제 운영 실태와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실리콘젤 소송, 석면소송, 담배소송 등으로 악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돼 opt-in 시스템을 opt-out 시스템으로 변경한 후부터라면서 미국에서도 이를 되돌리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소송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 민사소송법상의 선정당사자제도로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이를 충분히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제5단체는 정부 등이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실익 없이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소송은 소비자단체가 기업의 위법행위를 중지ㆍ금지하도록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인데 이런 일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송사를 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과거 중국산 표백쌀문제의 경우에서 보듯이 식약청 등 감독당국에 고발하면 즉시 해결될 일을 집단소송의 예처럼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소송이 벌어지고, 언론에 노출돼 관련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구이다.
경제계는 한편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집단분쟁조정제도’에 대해서는 조건부찬성의견을 내놓았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다수가 관련된 분쟁을 일괄 조정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법안의 내용이 사실상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를 소비자보호원 등 공신력 있는 단체로 제한하고 ▲분쟁조정을 신문 등을 통해 공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분쟁조정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까지 보상계획서를 작성토록 한 조항은 삭제하여 해당 기업이 여론재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미리 정해진 당사자에 대해서만 분쟁조정제도를 적용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도 축산업계와 음식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우리의 사회풍토에서는 소송에 휘말리는 것만으로 기업의 생명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도 충분히 다수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산업을 일순간에 황폐화시킬 수 있는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을 성급히 도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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