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토지공사 사장 고소 당한 사연
석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묵인·방조?
이연춘 기자
부추연 “많은 피해자 발생하기 전 대책마련 시급”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윤용 부패추방시민연합회(이하 부추연) 대표. 그는 토지공사가 석면 공해의 주범이라며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동시 다발로 수 백만 평의 택지개발을 하고 있는 공기업인 토지공사가 석면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신고도 없이 철거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게 고소의 주요 골자. 반면 토지공사는 철거를 할 때 법에 근거해 처리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된 채 죽음으로 내몰릴 뿐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부추연에 따르면 택지개발을 위한 철거는 수천, 수만 세대의 철거 반대 시위를 피하려고 기습적으로 철거함으로써 석면 공해가 극에 달한다. 즉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 천장 텍스, 냉난방 시설을 포크레인으로 때려 부숴 뿌연 석면 먼지가 장독대로, 음식 속으로, 사람 몸 속으로, 강물 속으로, 지하수로 들어가 국토를 석면으로 뒤덮는다는 것.
토지공사 “사실 외면한 근거 없는 주장일 뿐” 일축
문제는 석면이 인체에 한 번 들어가면 절대로 배설되거나 녹지 않고 평생 몸 속에 머무르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발생시킨다는 것.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석면을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석면에 20년 간 노출되면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10배나 높은 위험한 물질로 평가하고 있다.
윤용 부추연 대표는 “석면 먼지는 머리카락의 5천분의 1밖에 안되어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 훨훨 날아다니다가 우리 몸 속에 들어가 용해되거나 배설되지 않고 8∼40년 간 잠복하다가 암을 유발하는 무서운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은 20∼30년 전에 사용은 물론 생산을 금지시켰고 일본은 모든 공공기관의 85%에서 석면을 제거할 정도로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국가의 토지개발을 주도하는 공기업 토지공사가 석면 공해의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 만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에도 물의
지난해 10월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광주 수완지구 택지개발 공사 과정에서 주택과 공장 등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유해물질인 석면이 섞인 건축폐기물을 불법적으로 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사단법인 한국석면환경협회가 광주 광산구 신가동 수완택지개발지구 제4공구 현장을 확인한 결과 토지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관련법규를 무시하고 석면이 10% 이상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슬레이트 등 공장 건축폐기물을 신고 없이 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석면이 기준치의 3∼5배나 들어 있다는 검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었던 인천 주안역 지하상가가 이번에는 신고도 하지 않고 상가 점포 2백여 개를 부수고 있어 충격을 준 바 있다.
토지공사 한 관계자는 “법개정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그동안 지정폐기물과 건축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해 왔다”며 “석면 함유량이 법에 규정된 수치를 넘는지 여부를 확인해 앞으로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미세한 광물 섬유인 석면은 폐를 굳게 하고 암까지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이라며 “철거할 건물에 석면이 있으면 구청과 노동부 지역사무소에 알리고 제거작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설회사는 허가를 받기도 전에 철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토지공사가 최근에 신고 없이 건물을 철거한 토지공사 택지개발 사업지역은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백현동, 하산운동, 운중동, 양주시 고읍지구 등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한국토지공사가 경기도 양주시 고읍면에선 45만 평 내에 있는 3백여 가구 및 건물을 때려부수고 인근 D초등학교만 남겨 놓았을 때 부추연의 신고로 철거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부추연 한 관계자는 “D초등학교 1천3백여 명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곳에서 석면 폭탄을 터트렸으니 8∼40년 후에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그동안 수억 평에 이르는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물과 가옥을 파괴, 석면가루를 날려보내 전국을 석면으로 뒤덮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추연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토지공사는 동시다발로 수 백만 평의 택지개발을 하고 있는 공기업인 만큼 석면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신고도 없이 철거행위를 묵인, 방조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만두어도 각종 암 유발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의하면 석면이 섞여 있는 건물을 철거할 때는 반드시 노동부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 석면이 퍼지지 않도록 비닐로 차단하고 특수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하는 등 철저한 조치를 하고 석면을 뜯어내야 하는데도 노동부에 신고하고 철거한 경우는 지난해 단 7건뿐이라는 지적이다.
부추연 한 관계자는 “석면은 가만두어도 먼지를 발생시켜 각종 암을 유발하므로 철거시 때려부수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며 “국가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토지공사에서 이런 식으로 택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현장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천장 텍스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먼지가 자욱하고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공사현장 출입구를 봉쇄하지 않아 시민들이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며 통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토지공사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국토를 깨끗이 가꾸고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데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죽음의 재’로 불리는 석면 공해를 전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통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사 입장
“법에 근거, 아무 문제 없다”
토지공사는 부추연의 서울중앙지검 고발에 대해 아무 문제 없고 부추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란 입장이다. 즉 법원의 판결이 나오겠지만 법에 따라 처리하는 과정에 토지공사가 석면을 유발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겼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토지공사 한 관계자는 “택지개발을 위한 철거시에는 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기고 법에 맞춰 시행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며 “부추연은 사실을 외면한 근거 없는 억지스런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석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법률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 공기업인 토지공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이 되어 문제가 있다면 법원 판결에 따라 잘못된 부분은 법에 조치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취재/ 이연춘 기자 / staykit@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