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재해율 10년째 제자리 걸음

40년간 산업재해 370만명…부산광역시 인구 맞먹어
일터에서 3시간 반에 1명꼴 사망 OECD國중 최악

◆서울서 열린 산업안전올림픽◆

한국이 지난해산업재해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16조2114억원에 달했다. 이는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액(3조원)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전국 직장에서 6분마다 1명이 부상하고 3시간마다 1명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산업재해율은 0.7%로 정체된 상태다.

지속적인 예방 활동에도 산업재해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안전불감증은 산업현장을 넘어 사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숭례문과 정부종합청사,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안전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안전보건 분야 최대 국제행사인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는 한국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범국민적인 안전의식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문형남 매경안전환경연구원장은 “안전의식은 가정의 행복과 기업의 성장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안전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사 모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산업재해율 10년째 제자리

= 최근 40여 년간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모두 376만명으로 부산광역시 전체 인구에 맞먹는 규모다. 또 이 중 7만770명이 사망했다.

이는 노동부가 산업재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4년 이후 2006년까지 결과를 모은 수치다.

전체 근로자에서 재해자 비중을 뜻하는 재해율은 1970년대 4.85%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감소해 1995년 1% 미만으로 낮아져 1998년 0.68%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근로자(1252만명) 대비 재해자 수가 9만147명에 달해 재해율은 0.72%에 그쳐 최근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일선 현장에서 산업안전의식 변화가 적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시간으로 재구성하면 매일 근로자 240여 명이 부상을 입고 이 중 7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16조2000억원으로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3조원)의 5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데다 추락ㆍ협착ㆍ전도 등 재래형 재해가 절반을 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또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질환 등 직업병이 늘어나고 있어 근로자 건강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 안전사고 사망자 비중 12.4%

= 산업재해를 포함해 국내 전체 안전사고는 세계에서 어느 수준일까.

한국은 전체 사망자 10명 중 1.2명이 안전사고로 사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안전사고 예방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꼴찌를 기록한 셈이다.

OECD 2007년 건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안전사고 사망률은 12.4%로 일본(7.1%) 캐나다(6.2%) 영국(3.5%)에 비해 2~3배가량 높다.

또 인구 10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67.5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과대학이 최근 내놓은 국내 안전사고 실태분석 결과에서는 2006년 안전사고가 1300만건, 직접 손실비용만 27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6년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자료를 토대로 8개월여 간 연구한 자료다.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가정 내 사고, 교통사고 등 다양한 안전사고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1300만건 가운데 가정 내 사고가 가장 많아 전체의 24.3%인 313만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산재사고가 287만건(22.4%), 교통사고 179만건(13.9%), 교육ㆍ보육시설 사고 88만건(6.8%) 등 순이다. 안전사고가 우리 생활 전반에 고르게 발생한 셈이다.

◆ 산업안전…기업 장려책 필요

= 요힘 브로이어 독일 재해보험조합 회장은 “경제발전 단계에 걸맞은 근로자 보호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촘촘하게 짜여진 사회안전망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산재보험 제도는 산업안전보건을 사회보장제도와 병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조성하는 기업에 사회보장제도에 들어가는 분담금을 줄여주는 것과 같은 기업 장려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니엘 포돌스키 폴란드중앙노동보호연구원 부원장은 “근로자는 실무 경험을 살려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산업안전보건 개선의 주체”라며 “산업안전보건 경영에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참여해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세계 120개국 참가 최대규모

=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국제행사다. 세계 120개국 4500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한국산업안전공단(KOSHA)이 공동 주관하며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행사다.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는 195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1회 대회가 열린 이후 3년마다 개최되는 국제행사로 이번 대회에는 아산 디옵 ILO 사무차장과 코라존 드 라 파즈 ISSA 회장, 터키를 비롯한 9개국 노동장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행사 기간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영희 노동부 장관, 노민기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 등 노ㆍ사ㆍ정과 기업 대표가 모두 참여하게 된다.

산업안전공단은 41년 동안 매년 7월 첫째주 월요일을 `산업안전보건의 날`로 정하고 그 주를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강계만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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