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돌연사 악몽 재현되나
돌연사 폭로직원 ‘인사상 불이익’…하청노동자 또 숨져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올해 초 7명의 노동자 집단돌연사가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았던 한국타이어에서 이번에는 하청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한국타이어는 집단 돌연사를 내부고발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대전지방노동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집단 돌연사 의혹을 폭로한 한국타이어 직원 정승기(46)씨를 강제 전환배치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정씨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에 대한 역학조사 이후 회사측으로부터 헝가리 또는 중국공장으로의 전환배치를 강요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자 조합원이 단 4명에 불과한 대전물류센터로 전보조치했다”며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접수해 이같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측은 보름이 넘도록 대전지노위의 원직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타이어유족대책위원회는 “회사가 응당 책임져야 하는 유족 지원활동을 정씨가 대신한 것인데도 회사는 정씨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정부기관의 원직복직 명령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회사를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2001년 4월 한국타이어 협력업체에 입사, 금산공장에서 완제품 타이어를 입고하는 일을 맡아왔던 김아무개(49)씨가 지난달 2일 폐질환으로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피해자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금산공장에서 완제품 타이어를 입고하는 일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건강검진까지는 간장질환 증세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3월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가 발병한 것이다. 피해자대책위는 “김씨의 사인인 폐섬유증은 중금속이나 유기용제 등의 유해한 환경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라며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솔벤트·납·톨루엔 등의 유기용제와 중금속을 취급하기 때문에 김씨가 유기용제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는 “폐섬유증은 발병원인을 찾을 수 없는 희귀질환”이라며 직무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노동계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이 업무와 관련됐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특별근로감독에서 1천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례가 적발됐고 산업재해 은폐도 183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3월 한국타이어 사건을 대전지방검찰에 송치했으나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돌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산업안전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별 역학조사 결과 등을 보고 사법처리 수위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