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화학공장, ‘유독가스’ 두려운 노동자
동우화인켐 유독가스 유출 이어 카프로도 황산가스 누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최근 석유화학공장에서 유독물질이 누출되는 아찔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계는 “노후화된 석유화학공단은 독가스탱크나 다름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는 땜질처방 후 공장가동에 급급한 실정이다.
7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카프로 울산공장 발열황산탱크에서 삼산화황가스 100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응급조치가 빨라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카프로는 지난해 7월과 10월에도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연이어 터져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바 있다. 울산지청은 “이번 사고는 황산을 저장한 탱크에 부착된 펌프배관에서 균열이 발생해 황산이 외부로 누출되면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울산지청은 사고 직후 해당공정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황산 누출사고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의 노후설비로 인한 것”이라며 “언제든지 똑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본부는 “지난 69년 공단 조성 이후 4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한 시설을 보유한 사업장수가 증가해 중대산업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화재 폭발과 독성 화학물질 수송을 위한 지하배관에 대한 관리도 미흡하고 차량이나 철도 등에 의한 위험물 이송 과정에서 대형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청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 중에 있지만 시설 노후화에 따른 것은 아니다”며 “카프로 울산공장의 사고발생 공정에 대한 시정조치가 완료되면 공장가동 재개를 허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산탱크 배관의 균열의 오버자켓팅(덮어씌움) 작업 이후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1차협력업체 동우화인켐에서도 가스 유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들이 작업거부에 나서기도 했다. 동우화인켐은 지난 5월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가 유출돼 8시간 가까이 공장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회사측과 관계당국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은 계속되고 있어 노동자와 인근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한편 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화재·폭발위험성이 큰 131개 화학공장 점검결과에 따르면 70.2%인 92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독물질을 다루는 석유화학공장의 안전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