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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사내 하청, 누가 사용자인가

[KBS 뉴스9]-만연하는 사내 하청, 누가 사용자인가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원청,하청관계를 둘러싼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실상 집단해고 되는데 서로 사용자가 아니라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시설 관리일을 해왔던 80여 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입니다.
지난 12일부터 유서까지 써놓고 원청인 하이닉스 매그나칩의 서울 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강필선(사내 하청 노동자) : “1년 3개월 동안 싸우면서 급여라고 하는 것은 한번도 못 봤고…”

이들이 집단 해고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원청인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이 사내 하청 업체와의 도급 계약을 해지하면서 부터입니다.
도급 계약이 해지되면 하청 업체의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서 실직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원청이 불법 파견 형식으로 사실상 자신들을 관리해온 만큼 원청업체인 하이닉스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병웅(사내 하청 노조 부지회장) :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는 우리 하청지회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원청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만나서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이에 대해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사는 직접 교섭에는 나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청은 하청회사와 계약을 맺었을 뿐 법적인 사용자는 하청업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최석훈(하이닉스 반도체 상무) : “협력업체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 회사가 이번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지난해 폭력 사태를 부른 순천 현대 하이스코의 노사 분규도 누가 사용자인지 여부가 갈등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법안 입법과 함께 공정거래법 등 경제관련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안주엽(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현재 노동법으로 이러한 사태를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하청 관계가 보다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법령들이 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사용자인지 문제를 놓고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원청과 사내 하청 노동자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