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않는 산업재해, 외부기관에 맡겨진 ‘안전·보건’
기사입력 2008-07-20 11:53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노동부는 7월 한달 간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전국 178개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에 대한 업무수행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이는 지난 해 12월 한국타이어에서 뇌·심혈관 질환 등으로 노동자 15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산업안전과 보건관리 실태 감사에 나서자 이에 대한 후속조치의 성격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산업현장의 안전과 보건관리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노동부의 집중점검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영세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는 대행기관이 대세?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산업재해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1998년 0.68%였던 국내 재해율은 2007년 0.72%로 오히려 높아졌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5조8000억원으로 노사분규 손실액(3조원)의 5배나 된다.

이처럼 재해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원인은 뭘까? 지난 해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관리는 주로 외부기관(작업환경측정기관, 건강검진기관,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관계 법령 및 시행규칙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의무적으로 안전 및 보건관리자를 선임하게 돼 있다.

보건관리대행기관의 한 관계자는 “영세한 수준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보건관리자를 따로 선임하여 운영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전문대행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각종 규정 준수 및 작업장 보건관리를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보건관리대행기관의 지속적인 지도와 감독을 통해 사업장의 보건상태를 향상시키고 직업병 발생 요인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50인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행기관에 대행할 수 있어 상시적인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관리에 현장노동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 불안한 작업장 안전관리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박세민 노동안전보건국장은 “300인 미만의 사업장은 대행기관이 안전보건관리를 맡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은 제대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주가 대행기관의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지도와 감독을 행하는 대행기관은 언제라도 계약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것.

박 국장은 “실제 안전보건 업무 대행과정에서 대행기관이 법적인 구색을 맞춰주는 데 도움만 주고, 실제 안전보건 환경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행업체에서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금속노조에서 사업장 점검을 행하면 대형사업장에서도 수백건씩 안전보건사항 위반내용을 발견한다”며 작업장 안전보건관리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보건관리대행업체 관계자도 “갑을관계에 묶인 일부 대행기관이 안전보건관리를 사업주에 맞춰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며 “대부분의 대행기관이 보건관리에 잘 나서고 있지만 효율적인 보건관리를 위해 노동부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예년에도 노동부의 점검이 있었으며 영업정지 등 부실한 업체에 대해 행정조치가 내려진 사례가 있다”며 “올해는 대행기관에 대한 업무내용에 대한 점검까지 시행될 예정이라 대행서비스의 질적 제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작업장 안전관리 노,사,정이 함께 나서야

보건관리대행업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의사 및 간호사, 위생기사 등이 사업장을 방문해 사전예방지도 및 추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주들이 비용을 이유로 환경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대행기관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부 및 산업안전공단 등의 점검을 통해 개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행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보건관리 활동을 위해 ‘점검결과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서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국장도 “이명박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완화 정책은 안전보건차원에서 용인되기는 곤란하다”며 “노동조합 등과 공동으로 상시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주, 노동자, 정부가 각각 산업안전보건대책의 3주체로서 서로의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의 안전보건관리 대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재해발생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박 국장의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도 “지난 한국타이어 사건 이후 산업안전·보건관리 실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예전에는 지청에서 하던 점검을 청단위 점검으로 격상하여 효율적인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 내부적으로 안전보건관리가 이루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영세한 사업장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갑을관계의 부작용이 작용할 수 있는 대행체제를 엄격한 지도감독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세훈 기자 meerina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