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뇌심혈관질환, 문 좁히는 노동부?
기사입력 2008-07-21 10:30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2006년 한 해 업무상질병 사망자수 중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565명에 달해 전체 업무상질병 사망자 1121명 중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심혈관계질환은 단일질환으로서는 업무상 질병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고령화사회로 들어가며 노동자의 나이는 늘어나지만 노동강도는 강화돼 뇌심혈관계질환이 노동자를 위협하는 가장 큰 질병으로 자리하게 된 것.

그러나 최근 노동부가 산재보험법 개정을 이유로 고시한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질병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살펴보면 산재인정이 더 까다로워진 것으로 나타나 현실을 외면하고 산재보험 흑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 뇌심혈관계 얼마나 심각하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뇌심혈관질환은 업무상 질병 사망자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에는 전체 업무상질병 사망자 1095명 중 608명을 차지하여 55%에 달했고, 2006년은 전체 업무상질병 사망자 1121명 중 565명을 차지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50% 이상 상회하고 있다.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에 참가한 요마 란타넨 국제산업보건학회장도 도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산업보건 프로그램은 보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10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동자에게 주로 발병하는 질병 1위는 뇌심혈관계질환으로 나타났다는 것.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근무시간의 확장과 스트레스 등 노동강도 강화가 뇌심혈관질환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산재인정 문 좁아지나?

그러나 산재 관련 업무의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뇌심혈관질환의 산재인정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다르고 있다.

7월 1일부터 산재보험법 개정에 따른 노동부 고시가 발효되면서 뇌심혈관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바귀게 된다. 노동부는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설명이지만, 산재 인정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번 고시에서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해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경우’에 대해 ‘발병전 24시간 이내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인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만성적이고 과중한 업무의 경우도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로 제한하였다.

또한 예전 규정에 있었던 ‘업무수행 중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병하거나 사망’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삭제됐다.

이와 같은 고시는 최근 뇌심혈관계질환이 증가 추세인 것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뇌심혈관계질환 사망자가 전체 직업병 관련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관련 산재보험지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부실한 사회보장체계도 뇌심혈관질환의 산재보험 집중에 한 몫한다는 비판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뇌심혈관등의 직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도 사회보장시스템으로 적절한 실업급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고용보험 등의 적절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면 필수적인 생활비 수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

◇ 뇌심혈관질환, 종합적인 업무연관성 봐야

민주노총 김은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현재 고시 내용만을 엄격하게 보수적으로 적용할 경우 관련 질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사에 산업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다”며 “일반 신경외과 전문의가 업무관련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법 규정에만 매달려 산재판정을 내리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병원의 윤간우 산업의학과 전문의도 “이전의 규정이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베껴오다시피 해 개정의 필요성은 있었다”며 “다만 단기, 중기, 장기를 고시 상의 24시간, 1주일, 3개월로만 한정해 해석할 경우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휴 및 휴가 등을 보내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뇌졸중 등이 발병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 현행 규정으로는 뇌심혈관질환의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간우 전문의는 “바뀐 고시내용은 산재처리를 판단하는 이들이 보다 쉽게 결정내릴 수 있도록 계량화된 수칙이 강화됐다”며 “계량화된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도 “개정 고시가 시행된지 이제 20일이라 구체적인 영향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몇 개월 정도 지켜봐야 개정 고시의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뇌심혈관 질환의 복합적인 업무연관성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라 말해 업무연관성 규정에 대한 심도깊은 재검토가 이루어질 것을 시사했다.

조세훈 기자 meerina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