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 점거에 교통사고 신고까지
노동자 스스로 산재 은폐토록 유도 … 산재비용도 하도급에 떠넘겨
2006-02-02 오후 2:44:05 게재
=>건설현장 산업재해 70~80% 은폐
건설현장 산업재해의 70~80%는 은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2003년도 산재 노동자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은 20.4%에 불과했다. 46.7%는 회사가 직접 보상을 하는 ‘공상’으로 처리됐고 28.7%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산재가 발생하면 업체는 관급공사 입찰 제한부터 노동부의 관리감독 강화, 산재보험료 상승 등 불이익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산재은폐에 나선다.
산재사망은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어 회사가 사운을 걸고 관계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해사망시 영안실 점거부터 = 산재사망이라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는 유족과 보상문제를 최우선으로 협의하는 한편 직원을 동원, 영안실 관리감독을 시작한다. 사건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업체는 인근 병원 영안실로 노동자를 옮겼고 즉시 직원 6~7명을 보내 영안실을 지키게 해 언론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락사한 노동자는 중국동포인 탓에 아내와 딸, 사위 등 유족이 단출했다. 이 때문에 영안실에는 유족과 업체 직원들로만 채워지기도 했다.
◆일단 교통사고·지병으로 신고 = 산재가 난 사업주는 지방노동사무소에 일단 교통사고나 지병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감독관 집무규정’은 교통사고나 지병으로 인한 사고는 현장조사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이중부담 = 지난해 7월 부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에서도 사측은 부천노동사무소에 ‘지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신고했고 부천노동사무소는 규정대로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노조와 유족이 ‘산재사망’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현장조사를 요구하자 부천노동사무소는 사망사고 발생 4일 만에 현지조사에 나선 적도 있다.
노동자 스스로 산재를 은폐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산재치료를 받은 하청 노동자가 많을 경우 그 업체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스스로 산재를 은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또한 관리자급 직원의 인사고과 때 산재 발생 정도를 반영, 현장의 관리자가 작업장의 산재은폐를 지시 또는 지휘토록 한다. 현장에서 늘 마주치는 현장관리자가 인간적으로 호소할 경우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산재처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강요 =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산재를 공상 처리하도록 강요하거나 그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협회에 소속된 526개 업체 가운데 51%만이 ‘산재보험법령에 따라 원도급자가 산재를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하도급자가 공상처리 하도록 강요당한다’(37.5%)거나 ‘원도급자가 공상처리 후 하도급자에게 비용을 전가’(11.6%)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은폐 적발시스템 구축돼야 =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재해율 감점제를 없애고 산재은폐가 적발될 경우 해당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산재시스템 적발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산업안전부장은 “산재은폐를 발견할 수 있는 적발시스템이 구축되고 산재를 은폐한 업체에 확실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사업주가 산재를 신고토록 돼 있는 현행 제도를 현장 노동자도 신고토록 바꾸고 이를 포상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교통사고나 개인 지병에도 노동부의 현장조사가 뒤따라야 하며 △현행 한달인 산재사고의 신고기간을 대폭 줄여 산재은폐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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