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여성노동자 하루 9~11시간 서서 일해
백화점 판매노동자들 입사 후 ‘하지정맥류’ 진단 잇따라
매일노동뉴스 박인희 기자
올해 나이 25세인 ㅊ씨는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판매직원이다. 아직 미혼으로 한 달 평균 20~24일 근무해 월평균 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5센티미터가 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하루 12시간 일한다. 이 중 서서 일하는 시간은 9시간에서 11시간. 공식적인 휴식시간이 있지만 하루 30분도 안 된다. ㅊ씨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요즘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ㅊ씨는 “하루종일 서 있으니까 다리가 심하게 붓고 다리 핏줄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오후나 밤이 되면 다리가 단단하게 부어 올라 핏줄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온다”고 호소했다.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국민캠페인단이 지난 3~4월 총 681명의 서비스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3.9%가 한 달 평균 20~24일 근무하고 있으며 52.1%가 12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서 일하는 시간은 9~11시간이 67%로 가장 많았고, 12시간 이상도 11.2%에 달했다.
의자 있어도 앉을 수 없어
이와 함께 백화점 판매노동자들은 96.3%가 입사 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구건조증·성대결절·알르레기 비염 등을 경험했다는 판매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26.3%가 다리 통증을 호소했고, 어깨·등·허리 순으로 통증이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9시간 넘게 선 채로 일하고 있지만 매장에 의자가 있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캠페인단이 응답자들의 소속 백화점과 화장품 회사별 의자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87.7%가 의자가 비치돼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비치된 의자의 사용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38.4%만이 의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민정 서비스연맹 여성부장은 “매장의 의자는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의식이 강해 노동자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며 “사업주들이 의자가 없는 곳에 의자를 비치하고 서비스노동자에게 앉을 권리를 부여하는 등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절’로 무장한 서비스노동자, 마음은 ‘골병’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노동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97%가 자신의 일에 대해 ‘내 기분과 관계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서비스노동자들이 친절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업의 경우 고객과의 관계가 판매로 연결되는 주요한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적서비스가 중요한 호텔이나 백화점·레스토랑·패스트푸드점 등에서는 노동자의 서비스 수준이 고객의 구매의도를 좌우하게 된다.
정진주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이화여대)에 따르면 서비스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응답자 67%는 회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35%가 벌칙조항이 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을 잘 하는 경우 보상규정이 있는 경우는 12%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에서 서비스노동자들의 고객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얘기다.
벌칙사항으로는 시말서 제출이 가장 많았고, 공개사과·사유서 사유서 작성·경고·질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진주 교수는 “서비스노동자의 경우 개방된 매장구조로 인해 고객서비스 제공시 관리자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며 “서비스노동자의 감정노동은 정부·회사·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함께 고민해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