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동자 직업복귀율에 치여 재활서비스 제자리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7-09

이달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가장 큰 변화는 ‘직업재활급여’ 제도의 도입이다. 산재장해자에게는 직업훈련비용과 직업훈련수당이 제공되고 산재장해자를 고용하는 원직장 사업주는 직장복귀지원금과 직장적응훈련비 및 재활운동비가 급여항목으로 지원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비슷한 제도가 있었지만 재활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없어 예산사업으로 운영됐다. 그래서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도 중단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업재활급여 제도 시행을 계기로 산재보험 기능을 보상에서 재활로 재편하겠다며 의욕을 내고 있다. 실제로 2000년에 1만7천명에 불과하던 재활서비스 이용자수는 2005년에는 10만여명으로 5년만에 6배 가까이 증가하고 직업복귀율도 같은 기간 37%에서 45.5%로 훌쩍 뛰었다. 문제는 산재보험기금의 단기간 내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체계적인 재활사업이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직업훈련과 직장복귀에는 ‘팍팍’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산재노동자의 사회복귀 원동력이 되는 심리·사회 재활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재노동자 9만명, 재활상담사는 179명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006년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2006~2008)의 추진과제 1순위로 ‘산재환자 심리재활 활성화’를 꼽았다. 적극적인 심리재활과 재활치료를 통하여 산재근로자의 심리안정과 운동·직업능력의 향상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10억700만원, 2007년 8억9천600만원, 올해 9억2천300만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에서 운영하는 심리재활 서비스는 재활상담사 179명이 산재노동자를 만나는 것 외에는 전무한 편이다. 매년 산재노동자는 9만여명이 발생하고 산재요양 노동자도 연간 4만5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산재노동자가 재활상담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공단은 지난해 5만8천305명의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7천326명에게 집중 재활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재활의욕과 직장복귀를 도왔다고 밝혔다. 약 13만5천여명의 산재노동자의 0.05%에 불과하다.

공단 재활지원팀의 최동택 차장은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장해등급 1~9급 사이의 중증도가 높은 노동자에게만 재활급여를 지급하도록 돼있어 나머지 10~14등급 산재장해인들에게는 예산사업을 통해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턱없이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심리·사회재활 서비스의 활성화는 여의치가 않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관과 연계된 심리재활 서비스 필요

외국에서는 의사가 산재환자를 치료하는 단계에서부터 심리재활도 동반된다. 공포와 놀람·절망 같은 정서적 불안상태를 해소하며 사회적응능력을 개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심리재활이 의료적 처치술로 접근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산재의료원 인천중앙병원에서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다. 인천중앙병원은 임상심리사 2명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산재환자들의 심리재활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이같은 치료가 되지 않는 이유는 심리재활에 대한 수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재노동자에게 비급여항목인 심리재활 의료서비스는 그림에 떡이기 때문에 수요도 많지 않다.

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활상담 역시 심리재활보다는 사회복귀를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79명의 상담사 가운데 심리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사람은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공단은 이와 별도로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장애인복지관 등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산재노동자에게 맞는 특화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 들어 산재노동자의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하다가 신체의 일부를 상실한 이들에게 미래는 불안하고 막막한 시간일 뿐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재노동자 10명 중 8명이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치료가 종결된 산재노동자의 사회복귀율은 지난해 49%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규직으로 돌아간 노동자는 38%에 불과하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실직하고 직장을 구해도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한다는 결과다. 실적에 급급해 직장복귀율만 신경쓰기 보다 실제로 산재노동자들이 사회복귀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재활서비스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