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장인의 꼬리표, 직무스트레스
초기에는 호흡곤란, 심해지면 정신분열증까지
[기고]윤형렬 한국산재의료원 창원병원 건강관리센터 소장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7-09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아무개 과장(47세)은 최근 들어 목과 얼굴이 뻣뻣해지고 식은땀이 난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일할 의욕마저 사라진다. 얼마 전에 있었던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것이 원인이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박아무개(34) 대리는 바쁜 업무로 인해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다. 저녁에도 일이 끝나지 않아 자정을 넘어 퇴근하기 일쑤다. 밤 늦게 집에 가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처럼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에게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질환들이 꼬리표처럼 쫓아다닌다. 직무스트레스는 무엇이고, 예방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무스트레스 원인은

현대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직무와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일과의 3분의 2를 직장에서 보내다보니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직무스트레스는 직무가 요구하는 것이 근로자의 능력이나 자원, 요구와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유해한 신체적 반응이다. 조직이나 조직과 관련한 사항으로 작업공정에 변화가 있다든지, 직장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다든지, 또는 대인관계에서 불화가 생겼거나 조직체의 목표에 대한 이견 등을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개인적인 요인으로는 승진에서 탈락했다든지 조직에서 역할이 모호하다든지, 직무수행을 위한 자원이나 직권부족 등이 있다. 직무 또는 보직과 관련돼 질적 혹은 양적으로 업무가 과다하거나 의사결정 재량권이 부족할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 작업환경과 작업조건으로는 미관 불량이나 육체적 노출이 심할 때, 인간공학적 문제가 대두되거나 소음·냄새가 심할 때, 작업교대가 원만치 못할 때 생길 수 있다.

최근 직무스트레스가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공황장애나 적응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요양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요양한 사람은 1천834명으로 전체 업무상질병자 7천495명 중 24.5%를 차지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요양자도 27명이나 된다.

직무스트레스, 건강에 어떤 영향 미치나

직무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경고반응(Alarm reaction)으로 우리 몸의 생리기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계가 흥분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그 다음은 저항단계(Stage of reaction)로 시간이 지나면 자극에 대해 여유를 갖고 바라보게 되고 적응을 하려하거나 저항하게 된다. 이 시기에 부신피질호르몬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돼 우리 신체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직무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신체적 방어가 붕괴되고 적응에너지도 고갈된다.

이때 경과반응의 신체적 증후가 다시 나타나는 소진단계(Stage of exhaustion)로 진행되는데, 소진단계까지 오면 신체의 어느 기관이 고장나고 병에 걸리거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직무스트레스는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한다. 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빈도가 높다. 의사나 항공기 통제사 등 전문직과 행정·관리직에서 소화성궤양 같은 위장질환 발병률이 높다. 직무스트레스와 관련한 정신질환으로는 불안장애·우울증·수면장애·공황장애 등이 있다. 그밖의 질병으로 요통·당뇨병·두통·천식·갑상선질환 등을 들 수 있다.

효과적인 예방법, 일정표를 작성하자

직무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의 개인적 수준과 조직적 수준을 잘 알아야 한다. 업무관련성이나 업무적합성평가·의료체계 구축·사후조치(작업복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전문가 상담을 의뢰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될 때 직속상사에게 건의하거나 근무 교대주기 수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노동자 관리를 위한 일정표 작성은 2주마다 30분씩 4회 정도 주기로 시행한다. 직무스트레스 관련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될 경우나 업무상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을 때, 위험신호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의 직무스트레스 치료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문제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양상을 일일행동기록지에 기록하는 ‘자기관찰’을 시도한다. 이어 △환자에게 특정사고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게 해 그 과정을 변화시켜 합리적인 사고로 이끄는 인지행동치료 △근육에 주의를 집중시켜 불필요한 긴장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게 하는 이완훈련 △특정한 생리적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그 생리적 활성도를 스스로 조절하게 하는 바이오피드백 △이완반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생리적 반응을 감소시키는 명상 등을 사용한다. 최면치료·요가·단전호흡·참선·마사지 등의 치료방법도 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과 건전한 생활리듬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취미생활·오락·스포츠 등으로 심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과다한 흡연과 음주는 피한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려는 마음가짐과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