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노동부는 거짓 숫자 놀음으로 노동자를 우롱하지 말라
정부는 2005년 산업재해가 사망자가 11.8%(332명)나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산업재해자는 3.9%(3,463명) 줄었으며 이는 2003년부터 시행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및 예방조치가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였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숫자 놀음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정책의 결과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우선 사망자수의 경우 332명이 감소하였으며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139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93명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유족급여지급일 기준으로는 139명(9.0%)이 감소하였으나 재해 발생일 기준으로는 55명(5.1%)에 불과하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 193명 중 180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였으며 진폐, 유기용제, 특정 화학물질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오히려 소폭 증가하였다.
사망자를 제외한 산재요양자는 크게 업무상사고자수와 업무상질병자수로 나뉘는데 전자는 79,691명에서 77,916명으로 1775명(2.23%) 감소한데 비하여 후자는 9,183명에서 7,495명으로 1,688명(18.38%)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중 진폐, 소음성 난청, 유기용제 중독 등 직업병자는 2,524명으로 2004년 대비 1.3%(32명) 증가한 반면,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자는 4,971명으로 25.7%(1,720명) 감소하였다.
따라서 정부의 발표는 통계 수치를 교묘하게 왜곡시켜 보는 이를 혼란케 하는 것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감소된 통계 수치는 근로복지공단을 압박하여 근골격계 질환 및 뇌심혈관 질환 산재 인정을 하지 못하게 하여 얻은 결과인 것이다. 마치 산재 사망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큰 소리치고 있으나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를 제외하면 감소분은 55명(1.9%, 재해발생일 기준)에 불과하다. 1.9%를 11.8%로 뻥튀기하여 보는 이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재해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질환자가 25.7%나 감소하였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정부는 이를 2003년부터 시행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으니 무식하면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실효성 여부는 논외로 하고 실제 조사 결과가 작업장의 변화로 이어진 사업장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예방대책이 시행되어 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시행되더라도 그 결과는 수년 후에나 측정될 수 있다. 유해요인 조사의 성과로 치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산재 감소 수치는 실제 산재예방을 위한 대책의 성과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3대 독소규정(근골격계 요양인정 처리지침, 요양업무 관리지침, 집단과격민원 대응요령)이 얼마나 현장에서 잘 시행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대로 간다면 매년 산재 발생자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떠들어댈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현장에 근골격계 질환자와 뇌심혈관 질환자가 줄고 있는가? 노동자들이 힘겹게 투쟁으로 쟁취한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 질환의 직업병 인정이 후퇴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독소조항 폐기와 산재 인정투쟁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매진해야 할 것이다.
2006년 5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