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상품’의 노동착취 대회
일터의 건강나침반 /
며칠 뒤면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다. 불굴의 도전 정신과 참여의 과정을 예찬하며,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도모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바로 올림픽이다. 여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어느 영화보다 뭉클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역사를 공유한다.
이런 올림픽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탄생 초기부터 과도한 국가 중심성과 이 때문에 생기는 정치 문제가 논란이 됐다. 개최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올림픽을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과도한 상업성도 자주 지적된다.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중계권과 행사 후원을 매개로 터무니없는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사안들도 제기된다. 선수들이 입는 옷과 신발 등 스포츠 용품의 생산과 관련된 사안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경기복이나 신발 등 스포츠 용품 쪽의 개발 경쟁이 뜨겁다. 경기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이유다. 때문에 신기록을 가능하게 한 과학적 신상품이 얘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이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다.
국제적인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올림픽 개최 즈음에 올림픽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올해는 ‘공정한 경기 2008’(Play Fair 2008)이라는 슬로건으로 아디다스·나이키·뉴밸런스·퓨마·리복 등 잘 알려진 기업들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문제에 대해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가 만드는 제품의 대부분이 중국·인도·타이·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 여성과 아이들의 노동 착취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회사는 제3세계에 공장을 직접 세우기보다는 하청을 주고 납품을 받는다. 그러면서 노동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기일에 맞춰 낮은 단가로 생산할 것을 요구해 하청 회사의 노동조건 악화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12시간 이상의 오랜 시간 노동,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유해한 작업환경 등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15살 이하의 아이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상품 생산에 매달려야 하는 어린이 노동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캠페인단은 스포츠 용품 대기업이 하청 회사와 ‘공정한 계약’을 맺도록 압력을 가한다. 노동자의 권리와 정당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하청 회사와만 계약을 하라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경기 중계를 보며 밤을 지새우는 ‘올림픽 폐인’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경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이사이에 올림픽의 정치성, 상업성 등과 더불어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maxime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