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취급사업장 안전관리 ‘엉망’
전담 안전관리자 없고, 특수건강검진 실시 안해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국내 방사선 취급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방방재업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0일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취급사업장 153곳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소방방재업 9곳과 금융보험업 2곳이 법정 외부방출선량 기준인 10마이크로시버트(uSv/h)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종의 주된 작업내용은 모두 방화소화기통 가스농도를 측정하는 업무로, 관련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방사선 및 방사선동위원소 신고사업체는 1천551곳으로 4만993명(남성 69.8%, 여성 30.2%)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사선 및 방사선동위원소 취급노동자는 2천534명으로 남성이 83.9%를 차지한다.
방사선은 자연상태에서도 소량이 생성돼 누구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인공방사선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은 피폭량이 누적됨에 따라 백혈병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다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노동자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바 있다. 이 노동자는 방사선 피폭 허용기준을 지켰음에도 암에 걸려 충격을 안겨줬다.
그렇다면 국내 방사선 취급사업장의 안전관리실태는 어떨까. 연구원이 방사선 취급사업장 25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담 안전관리자를 두고 있는 사업장은 10곳 중 1곳(12.7%)에 불과했다. 방사선 취급사업장 안전관리자의 78.4%는 타업무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원자력법에서는 방사선 취급종사자의 건강검진을 배치 전, 연간 1회, 선량한도를 초과할 때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업장 23.4%만이 배치 전 건강검진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한 사업장도 20.5%에 불과해 방사선 취급노동자의 건강진단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관계자외 출임금지’나 ‘방사선 업무상 주의사항’ 표지판을 게시해 놓은 사업장은 45.1%에 불과해 절반 이상의 사업장에서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선 저장시설’ 등 차폐물을 설치한 사업장은 8.7%, 보호구를 지급한 사업장은 9.5%에 그쳐 안전관리 수준이 형편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사선 취급사업장 가운데 방화소화기통 가스농도를 측정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가장 취약했다. 연구원은 이들 작업자의 방사선동위원소 노출량이 방사선발생장치보다 4배 높았고, 타용도 작업의 평균치보다 100~250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건강검진이나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낮을수록, 근속월수가 24개월 보다 많을수록 개인의 방사선 노출선량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안전보건관리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