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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

송경동 (시인)

안녕

이젠 모두 안녕

하청도 재하청도

일용공 노가다 잔업 철야 대마치

반지하 월셋방 생쥐들

바퀴벌레 때전 이불

야이 개**들아

까닭모를 아픔도 슬픔도

새벽밥 눈칫밥 기름밥

새참의 빵도 우유도 라면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내 불우했던 어린시절

부잣집 아들을 꿈꾸며 지새우던 밤

살아, 서로가 서로에게

피눈물 진흙탕 갈퀴가 되고 송곳이 되던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2년만에 날 버리고 떠난 그 조선족 여인도

모두 안녕



안녕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삶의 여유

한번도 내가 발음해 보지 못했던

이 세상의 그 모든 좋은 말들

글을 몰라 쓰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들

그 여름의 파도소리

가을에 낙엽

겨울 눈송이

가끔은 낭만에 젖던 내 늙어버린 청춘도

모두 안녕



안녕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도 안녕

뒷머리를 찍던 방패날

갈비뼈 우스러지던 군홧발

척척 삭신을 감던 곤봉맛

퍽, 뇌가 깨지던 소리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인생임을 가르쳐주던

짐승같던 너희들 목소리, 그 눈빛들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거짓된 세상 썩은 세상

이제 나 다시 착취받지 않으리니

이제 나 다시 차별받지 않으리니

너희들의 종이 아닌

제관공 하씨가 아닌

건설노동자 해방투쟁의 꺼지지 않는 넋이 되리니

새로운 세계를 주조하는 화엄 용광로가 되리니

착취받는 용접불꽃이 아닌

버림받는 산소불꽃이 아닌

포스코의 저 간교한 망각의 빛이 아닌

저 하늘의 영롱한 별빛이 되리니



벗들이여

저들의 세상 끝장내고

우리가 세계의 주인이 되어 만나는 그날

나 다시 이 형산강로타리에 되살아 오리니

단결 투쟁

인간해방 그날까지

그립던 날들아 사랑했던 사람들아 다 못한 이야기들아

굴하지 말고 지지말고

투쟁 투쟁 투쟁

이젠 모두 안녕 안녕

[9월 6일 하중근 열사 장례식에서 송경동 시인이 낭독한 시입니다.]



하중근 열사의 사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작한 촛불문화제가 어느새 15차를 맞았습니다. 그 동안 열사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함께했던 동지들의 진실한 마음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어 많은 시민들의 가슴으로 이어져 그의 죽음을 가슴아파했습니다.



우리의 동지였던 하중근 열사! 그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노동자에 대한 폭압을 멈추지 않는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 땅 한 건설노동자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들만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 한 노동자를 서슴지 않고 죽였던 자본주의 국가와 경찰들의 광란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을 잊지 않고 투쟁하겠다던 다짐은 서서히 잊혀져만 갑니다. 억압받고, 맞아죽고, 잊져지는 삶..하중근 열사는 죽어서도 이런 삶을 살아가고 계신 겁니다. 죽음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다시 날선 방패와 소화기와 곤봉으로 무장한 살인집단들에 의해 더 많은 우리들의 미래가 열사라는 이름으로 남겨질 겁니다.

공권력에 의한 타살임을 사실상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검찰수사 권고 발표 이후에도 검찰의 하중근 열사 사인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동지들의 끈질긴 투쟁과 살아있는 연대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매주 진행되어온 하중근 열사 촛불문화제는 12월 28일 15차로 끝납니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됩니다. 2007년에는 새 모습으로 또 다른 투쟁으로 함께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