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루뭉술한 석면 피해보상
노동부 “산재보험 기준 완화”…석면피해자 “특별법 제정해야” 반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노동부가 13일 발표한 석면관리대책은 지난 2006년에 나온 석면관리 종합대책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석면 피해보상 부분이 처음으로 언급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석면피해자와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간 석면으로 인해 업무상질병이 인정된 노동자는 모두 65명. 이 가운데 48명은 이미 사망했다. 질병 종류별로는 석면폐암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악성중피종(18명)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통상 30년의 잠복기를 가진 석면피해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000년 4명에 그쳤지만 2003년 13명, 2005년 10명, 2006년 9명 등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27년 후인 오는 2015년께는 국내에서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부는 이번 대책에서 “석면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제도가 없다”며 “사망 후 3년이 경과했거나 사업장이 이미 소멸해 산재보상 시효가 지난 노동자들과 인근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구제가 가능한 경우 최대한 제도를 활용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설노동자 등 석면피해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보험수급권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석면피해는 다른 직업병과 달리 잠복기간이 매우 긴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석면관련 질병에 대해서는 산재보상 적용기준을 예외적으로 완화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보상기준은 이르면 이달 말에 구성되는 석면TF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석면피해자들은 “석면은 국내에서 70년대부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 앞으로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이번 대책에서 처음 언급된 석면 피해보상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BANKO) 집행위원장은 “올해 초 국내 최대 석면방적공장인 제일화학 노동자 17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으나 단 1명만 산재로 인정됐다”며 “석면피해자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석면폐증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공단에서 진폐 판정기준을 석면피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석면은 진폐와 달리 발암물질에 의한 질병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돼 결국 암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BANKO는 (가칭)석면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환경부가 주관해 실시하고 있는 관련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법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