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산업재해 늘어난 게 성과라니…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미국에 상납해 광우병위험소를 수입하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모양이다. 노동부 자체 통계조사에서 산업재해가 명백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성과’라고 우기고 있다.

지난 상반기 동안 무려 4만6천350명이 산재를 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천531명이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율이 0.01%포인트 줄어들었다며 해괴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규제 합리화’라는 미명아래 사용자의 의무를 완화하거나 없애버린 친기업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화자찬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견강부회하는 산재통계 해석

노동부가 발표한 2008년 상반기 산업재해 통계 보도자료의 핵심은 ‘2007년 동기 대비 산업재해자와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 모두 증가했지만, 산업재해율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단순화하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수는 증가했지만 노동인구 증가에 비하면 산재율이 감소했으니 성과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산재예방에 힘쓸 것이 아니라 인구증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인가.

먼저 집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 노동부 산재통계는 엉터리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이나 사망에 대해 산재불승인 판정을 내리면 그 재해는 산재통계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나 이주노동자 등의 산업재해는 아예 계산하지도 않는다. 기업주의 산재은폐는 현행 산재통계에서 보여주는 규모의 수십배로 추정되고 있다. 애초부터 우리나라의 산재율은 현실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엉터리 산재통계를 차치하고서라도 노동부의 사고성 사망관련 통계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노동부는 ‘사고성 사망자수는 716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3명 증가했으며 사고성 사망 만인율도 0.55로 전년동기 대비 0.01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백히 우리나라의 산재예방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결과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인리히법칙(1번의 대형사고 이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작은 사고들 주변에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에 따르면 산재사망률의 증가(그것도 선진국에 수십배에 달하는 규모로)는 우리나라 산업재해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노동부의 ‘산재율 감소’ 운운은 치부를 감추기 위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 꼴이다.

또한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던 ‘3대 다발재해 현황’을 보면 전년동기 대비 협착재해는 157명으로 2.0% 감소했다. 그러나 전도 및 추락재해는 각각 1천93명과 826명으로 13.7%, 14.7% 증가했다. 지난 3월까지 안전보건 점검을 완료한 3천205개 사업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재해자 및 사망자수도 모두 증가했다. 정부의 집중관리 및 감독 분야조차 부실을 면치 못하는데 다른 부문은 오죽하겠는가. 이러고도 노동부는 ‘주요 사업별 재해감소 성과’라고 선전할 수 있는가.

친기업정책은 노동자 건강권 파괴행위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산재피해자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각종 산업안전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물론 그에 의존하고 있는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 친기업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노동부는 견강부회 해석으로 더 이상 노동자를 우롱하지 말고 실효적인 산업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