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를 교통사고로 위장…”보험 바꿔치기” 판친다
[세계일보 2006-04-02 20:12]
주방가구 생산업체 직원 한모(56)씨는 지난해 12월 공장에서 지게차를 몰고 트럭에 싱크대를 싣다가 부주의로 트럭 운전사를 살짝 쳤다. 한씨는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회사 소유 트럭으로 사고를 낸 것처럼 속여 보험사로부터 치료비와 합의금 300만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사고경위를 이상히 여긴 보험사 조사팀의 추궁에 그는 ‘산재처리를 하면 절차도 복잡하고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랬다’는 식으로 사실을 털어놨고, 최근 보험금을 모두 반납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산재보험이나 일반상해보험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까지 자동차 관련 사고로 위장, 보험금을 타내는 신종 수법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른 보험 가입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보험사기는 고의보험사고나 피해과장, 운전자나 사고차량 바꿔치기 등이 일반적이었으나 이 같은 신종 수법까지 등장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4년 7월 황모(41)씨는 배관공 이모(40)씨가 대구의 한 교회 도시가스 배관고정 작업을 하다가 5m 높이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부상하자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자신의 화물차가 후진하던 중 사다리를 쳐 이씨가 다친 것처럼 거짓 목격자들도 내세웠다. 황씨는 허위신고를 통해 치료비 1100만원과 보상금 5000만원 등 모두 6100만원 상당을 보험사로부터 받아 챙긴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해 경기도의 한 건축자재업체 현장관리자 박모(40)씨와 오모(39)씨 등 6명도 공장 작업 도중 발생한 오씨의 부상(전치 6주)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트럭에 치인 것처럼 속여 보험금 3800만원가량을 챙겨 나눴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산재를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것은 사업주나 사고 당사자 모두 산재보험 처리를 까다롭게 보거나 안전사고 책임 등 막연한 불이익을 의식하는 경향이 큰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들만 보험료율 인상 등의 피해를 받게 된다.
대한손해보험협회 고봉중 보험범죄방지센터조사팀장은 “산재를 교통사고로 위장하거나 허위 뺑소니 등은 적발하기도 쉽지 않아 문제”라며 “대다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자동차보험사기를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인식전환과 함께 관련 처벌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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