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건강권에 주목하라
안영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08-08-27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생활상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확 바뀌었다. 사용자가 구조조정으로 밀어낸 노동자들은 길거리에서 방황하게 됐고, 빈자리는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확산되면서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부의 편중은 깊어 가고 사회불안은 계층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사회통합은 분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독점 재벌에만 이익 안겨준 세계화

정부는 사회통합을 부르짖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성장이 최선인양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선진국 진입이라는 방향을 정했다. 이미 우리는 2만달러 시대를 맛보면서 ‘성장주의는 우리에게 혜택은 없고 결코 나아지는 것이 없는 별 볼일 없는 것’이었음을 체험했다. 우리나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소수 국민의 지배권만 강화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국가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은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세계화에서 비롯됐다. 사회 각 부문의 경쟁은 물론 세계화를 국제적 스탠더드, 거스를 수 없는 일종의 바람으로 간주하고 외환위기 이후 경제회생 구호 아래 밀어붙이기식 성장을 계속했다. 세계화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과실은 독점 재벌들과 소수계층에게만 이익을 안겨줬다.

재벌과 소수계층의 엄청난 이익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땀의 결과다. 작업환경 개선이 무시되고, 건강권은 아예 말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 가운데 약 60%가 비정규 노동자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집안을 보자. 노동이 가능한 4인 가족 가운데 한 명만 정규직이거나 전가족이 비정규직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60%가 넘는 국민이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처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건강권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주로 임금·노동조건의 불평등 그리고 고용불안 등에 주목한다. 그러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건강권 문제다. 조직화된 노동자들보다 모든 것이 취약하지만 건강권은 더욱 심각하다. 비정규 노동자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직업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해를 입었을 경우 안정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터로 복귀해 노동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3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취약계층의 노동자들을 배려했다고 했다. 올해 7월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서 역시 그런 취지의 설명을 했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선전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싫다고 하면 악법이다. 일하다가 다치면 용기를 내어 요양을 할 수 있으나 일터로 복귀가 안 되는데 누가 치료를 하려고 하겠는가.

작업환경 개선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사용자들을 강제할 수 있다.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의지의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노무현 정부 막판에 이뤄진 감사원의 노동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기가 막힌다.

감사원은 산업안전 점검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허위로 한 공무원 5명에 대해 노동부장관에게 징계하라고 했다. 감독하는 정부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사용자들 말만 들은 결과다. 이렇듯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해 감독과 처벌을 강화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기업활동을 좋게 하기위해 규제를 강화하기는커녕 완화하려고 하니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사회통합을 바란다면 취약계층의 노동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