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서서 일하는 노동자’ 지원한다
백화점·할인점 판매·계산원에 의자 주는 강제지침 마련…비용도 지원

매일노동뉴스 한계희 기자 08-08-29

정부가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의 계산원처럼 서서 일하는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동계가 벌이는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에 노동부가 호응한 셈이다.

노동부는 28일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주는 것을 강제하는 지침을 만들고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 건강보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현재 국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 38만4천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이 가운데 판매와 계산업무 같이 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20만4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요통과 하지정맥류, 무릎이나 발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윤간우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전문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하지정맥류 발병위험이 사무직보다 9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오래 근무할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 5년 이상 서서 일하면 하지정맥류 발병위험이 3년 미만 일했을 때보다 12배나 높았다.

노동부가 마련한 대책은 우선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주나 관련협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통해 정책방향과 환경개선 사례를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방관서에서 사업장 대표와 관리자에게 교육을 하고, 산업보건전문기관이 해당사업장을 방문할 때 관련 내용을 지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부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 작업환경관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사업주에게 이행을 권고하는 안건보건기술지침인 ‘KOSHA Code’로 제정하겠다는 게 노동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시행시기는 훨씬 뒤로 밀렸다. 노동부는 지침을 만들기 위해 2009년에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2010년에야 ‘KOSHA Code’로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 ‘입좌식 의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확정이 아니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정 민간서비스연맹 여성부장은 “노동부 대책이 홍보와 간담회, 교육에만 집중돼 있다”며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